ADVERTISEMENT

피아노 年 40만 대 팔려, 제2의 랑랑 쏟아진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42호 08면

리윈디(왼쪽)와 왕위자. [도이치그라모폰유니버설 뮤직 제공]

랑랑의 라이벌은 리윈디(27·李云迪.사진)다. 리는 2000년 세계 일류 무대인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중국인 최초에 최연소 1위 기록이었다. 콩쿠르 입상 경력만으로 보면 리윈디가 앞선다.둘은 1982년생 동갑이다. 둘은 외동아들로 태어나 부모의 교육열을 독차지하고 자랐다. 하지만 연주 스타일은 판이하다. 리는 컴퓨터처럼 정교한 연주를, 랑랑은 자신만의 해석으로 과감한 연주를 자랑한다. 랑랑에게는 찬사와 비난이 극명히 갈린다. 반면 리윈디가 녹음한 음반은 지난해 뉴욕 타임스에 의해 ‘올해의 앨범’으로 꼽힐 만큼 완벽하다.

세계 피아니스트계 점령하는'차이나 파워'

둘 사이의 간격은 중국 출신 피아니스트에게 놓인 가능성의 폭이기도 하다. 자유분방한 연주부터 학구적인 해석까지, 중국이 더욱 다양한 피아니스트를 배출할 것을 예고한다.랑랑 이전 시대에는 중국에 내세울 만한 연주자가 없었다. 헬렌 황(27)이 9세에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데뷔 연주를 하며 신동으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그는 4세부터 미국으로 이민한 가정에서 자랐다. 68년생인 쿵샹둥(孔祥東)이 86년 러시아 모스크바의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7위에 올랐을 뿐이다.

반면 랑랑의 또래나 그 이후 세대는 무서운 기세로 세계 음악계를 장악해가고 있다. 한국 여자골프의 ‘박세리 효과’와 비슷한 현상이다. 올 8월 권위 있는 음악 축제인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의 개막 연주에는 중국 출신인 왕위자(22·王羽佳사진)가 등장했다.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함께 프로코피예프의 협주곡을 연주하며 찬사를 받았다.

그는 음반회사인 도이치그라모폰과 전속 계약을 했다. 그 역시 랑랑처럼 베이징 음악원·미국의 커티스 음악원 출신이다.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서는 ‘중국인 피아니스트(Chinese pianist)’라는 검색어를 치면 9200건이 넘는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눈부신 기교를 자랑하며 ‘제2의 랑랑’을 자처하는 어린 피아니스트들의 연주가 대부분이다. 올 6월 주니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1위에 오른 황난쑹(16·黃南送) 역시 유튜브에서 입소문을 탔다. 이 콩쿠르는 95년 랑랑이 우승한 대회다. 중국은 거대한 피아니스트 수출국이 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