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해외생산, 내수시장 앞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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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전자업계가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시장이 올해부터 내수를 추월할 전망이다.

해외생산의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보다 해외시장에 먼저 신제품을 선보이는 업체가 나타나고 현지법인의 독립성이 커지는 추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LG.현대 등 전자3사가 올해 해외에서 생산.판매하는 금액은 총 11조5천억원으로 내수판매(11조2천억원)를 처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내수판매는 지난해 8조8천억원에서 올해 9조원으로 소폭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반면 해외 현지법인의 생산.판매는 45억달러(약 5조원)에서 55억달러(6조2천억원)로 크게 늘어나 해외부문의 내수 추격이 가속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미 지난해 해외생산.판매(25억달러)가 내수(2조5천억원)를 추월했다. 이 회사는 올해 현지법인의 생산이 35억달러로 껑충 뛰어 내수와의 격차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전자는 지난해 미국 현지법인 HSA의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해 반도체.통신기기의 내수판매를 따라잡았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제품의 경우 국내시장은 대체수요에 의존하고 있지만 해외시장은 신규수요가 많다" 며 "특히 원화강세로 글로벌 생산전략을 강화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해외법인이 부각되면서 국내 본사는 신제품을 해외에 먼저 내보내는 등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64인치 디지털TV를 미국시장에 먼저 선보인 뒤 한달 후에야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미국법인에 디지털TV를 먼저 공급하고 국내시장에는 1년 후에야 선보였다. 첨단제품인 광전자레인지와 DVDP도 해외시장에 먼저 선보인 대표적인 제품이다.

현지법인들의 역할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삼성SDI의 말레이시아 현지법인은 동남아 각국의 다양한 방송방식을 모두 수신할 수 있는 15인치 완전 평면 브라운관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현지생산에 들어갔다고 21일 발표했다.

그동안 본사 기술을 가져가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을 전담해온 현지법인이 개발에서 생산.마케팅에 이르는 전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게 된 것이다.

LG전자의 인도법인은 본사의 투자지원없이 자체 이익만으로 냉장고 생산라인을 건설 중이다. 지난해 1천2백만달러의 이익을 낸 LG전자 중국 텐진(天津)공장은 앞으로 자체 수익만으로 모기업인 창원공장 수준까지 공장을 키울 계획이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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