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을 전망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정부도 환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외화예산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회에 내년도 외화예산으로 39억1682만 달러를 제출했다. 올해 33억555만 달러에서 18.5% 늘어난 규모다. 부처 중에는 무기 구입이 주업무인 방위사업청이 19억2896만 달러로 가장 많다. 국방부(9억5101만 달러)와 외교통상부(7억1309만 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정부부처는 그러나 환율 탓에 울기보다 웃은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특히 외교부가 그렇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교부는 외화 예산에서 세 번의 환차익으로 웃었다. 예산 편성 당시 환율보다 집행 환율이 떨어져 환차익이 발생했다.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환차익 발생 시 타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재해대책비·법정경비 등에서 예산이 부족해 불가피하게 사용할 때에도 재정부 장관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2005년부터 적용돼온 지침이다.
그러나 외교부는 그러지 않았다. 2005년의 경우 486억원의 환차익이 발생했다. 127억원(26.1%)만 국고에 반납하고 359억원(73.9%)은 자체 사업비 충당(72억원), 재외공관 임차료(54억원) 등에 썼다. 69억원의 환차익이 발생한 2007년에는 사무실 개조(20억원), 신설 공관 차량 구입(5억원) 등에 27억원을 썼다. “외화예산 환차익은 외교부 쌈짓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예산정책처 김민재 분석관은 “지침을 어기더라도 제재 수단이 없다. 국회의 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685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한 지난해에는 과반인 364억원(53.1%)을 정부에서 보전받았다. 비용절감 등으로 자체 해결한 비율은 절반이 안 됐다.
정부는 ‘1달러=1230원’을 기준으로 내년도 외화예산을 짰다. 삼성경제연구소(1130원/$), JP모건(1120원/$) 등 시장전망치보다 높다. 환차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단 얘기다. 외통위와 국방위 의원들의 견해는 차이를 보인다. 외통위 구상찬(한나라당) 의원은 “원칙적으로 환차익 발생 시 전액 국가 귀속하도록 하되 불가피할 경우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영우 의원은 “사실상 예산삭감 효과가 있는 만큼 이를 보전해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권호·선승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