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용 타이어, 영상 7도 밑에선 ‘미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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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올 때만 스노타이어?

1980년대만 해도 겨울철이 되면 스노타이어와 체인을 구비하는 운전자가 많았다. 미끄러운 눈길이나 빙판길에 대비해서다. 하지만 최근 겨울철 날씨가 과거에 비해 따뜻해지고 눈이 적게 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다목적 사계절용 타이어가 널리 보급되면서 겨울용 스노타이어를 챙기는 운전자를 찾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사계절용 타이어는 영상 7도 이하의 날씨에서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특히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접지력이 크게 나빠진다. 따라서 마찰계수 가 낮은 눈길·빙판길에서 미끄러질 우려가 크다. 한국타이어 조사 자료에 따르면 눈이 도로에 쌓이면 마찰계수가 0.2 가까이 떨어진다. 염화칼슘과 소금 등을 도로에 뿌려 제설작업을 마쳤어도 도로가 젖어 있을 경우의 마찰계수는 0.5 정도로 건조한 노면(0.9)의 절반에 불과하다. 스노타이어가 필요한 이유다.

스노타이어는 추운 겨울철에 최적화된 컴파운드(타이어 고무)와 수많은 미세 홈이 파인 트레드 패턴(타이어 접지면 무늬)을 갖고 있다. 또 눈이나 얼음이 녹아 형성되는 수막을 제거하는 기능도 뛰어나다. 그 결과 눈길·빙판길에서 뛰어난 접지력을 보인다.

실제로 시속 40㎞로 달리다 정지하는 실험 결과 스노타이어는 사계절용에 비해 제동거리가 훨씬 짧았다. 눈이 쌓인 도로에서는 50% 이상 짧았고 빙판길에서도 15% 가까이 뛰어났다. 수치로 보면 4.2~19.35m 짧은 거리에서 차가 멈췄는데, 이는 큰 사고를 피하기에 충분한 거리다.

금호타이어는 실리카 컴파운드에 고강도·고탄성·고분산의 특성을 지닌 아라미드 섬유를 섞어 눈길에서 강력한 스파이크 효과를 내는 첨단 타이어를 내놓기도 했다. 아이스파워 KW21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비대칭 트레드 패턴을 채택해 최고 시속 240㎞까지 달릴 수 있는 고성능 자동차용 스노타이어도 나왔다.

물론 스노타이어가 만능은 아니다. 과속하면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만든 지 오래돼 고무가 딱딱해지거나 트레드 마모 한계선(트레드 깊이 1.6㎜)까지 닳은 타이어도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자동차의 종류와 특성에 잘 맞아야 한다.

세단용으로는 한국타이어 노르딕 3000, 금호타이어 아이젠 KW11, 브리지스톤 블리작 WS60, 미쉐린 X-아이스2가 대표적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한국타이어 노르딕 IS, 미쉐린 래티튜드 X-아이스 등이 있다. 금호 아이젠 RV KW15는 레저용 차량(RV) 전용이고, 고성능 자동차에는 한국타이어 아이스베어 W300, 금호타이어 아이젠 XW KW17 등이 적합하다.


겨울철 응급처치 이렇게

겨울철에는 급격한 기온 저하로 시동이 걸리지 않는 등 예기치 않은 문제가 자주 생긴다. 이럴 경우 응급조치 요령을 알아보자.

대표적인 게 겨울날 시동이 안 걸리는 경우다. 이때는 배터리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 배터리 내부의 화학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아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먼저 보닛을 열고 배터리의 전류 잔량을 표시해 주는 확인 창을 점검해 본다. 초록색이면 긴급 처방으로 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색깔이 투명하게 변했을 경우 시동 걸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된 게 아닐 경우 배터리 위에 수건을 덮은 뒤 섭씨 80도 정도 되는 뜨거운 물을 1∼2L 부으면 시동이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물이 다른 전기장치로 튀지 않도록 조심해서 부어야 한다. 그래도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다른 차와 시동 케이블을 연결해야 한다. 두 차량 배터리의 붉은색 양극(+)은 양극단자끼리, 검은색 음극(―)은 음극끼리 연결한다. 상대방 차량은 시동을 걸어 놓아야 효과적이다.

밤새 눈이 내려 도로에 세워 둔 차를 출발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엔진의 힘으로 바퀴는 잘 돌지만 눈으로 인해 마찰 저항이 적어져 자꾸 미끄러진다. 또 바퀴가 헛돌수록 눈은 더욱 파여 차축이나 차체가 눈 속에 묻힐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기어를 2단으로 해서 출발한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절반쯤 당긴 뒤 서서히 출발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디젤 승용차는 겨울철에 주의가 요망된다. 터보 디젤의 경우 예열을 하지 않거나 주차할 때 엔진을 식히지 않으면 엔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시동을 건 뒤 2~3분 정도 공회전을 해 주거나 시속 10㎞ 이하로 3~4분 정도 서행한 뒤 속도를 내는 게 좋다. 또 운행 후 바로 시동을 끄지 말고 1~2분 정도 라디에이터 팬을 돌려 엔진을 식힌 뒤 끄는 게 좋다.

김태진 기자
월간 스트라다 박영웅 기자heropark@istrad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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