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서울탐험] 경동 약령시 한약업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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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항암제로 쓰이는 굼벵이, 뭉쳐진 피를 풀어주는데 특효인 거머리, 피부병에 좋다는 매미 껍데기….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과 용두동 일대 7만1천여평에 자리잡은 '서울경동약령시' 에서는 5백여종의 국내외 한약재가 유통된다.

국내 최대라는 명성에 걸맞게 한의원 2백50여곳.한약국 2백70여곳.한약 무역업소와 도매업소 1백80여곳.한약방 30여곳이 몰려있다. 여기에 한약재을 잘라주거나 달여주는 절단소와 제분소, 탕제원 등이 2백여 군데에 이른다. 모두 1천여 곳의 한약 관련 업소가 진료와 투약, 유통을 분업해 '한방의 원 스톱 서비스' 를 제공하는 현장이다.

이곳이 한약의 메카가 된 것은 1960년대 초반. 당시 미나리밭이나 논이었으나 인근 청량리역과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을 통해 반입된 지방의 산나물과 한약재가 거래되면서 전문 한약상가로 발돋움했다. 1995년6월에는 서울시로 부터 약령시로 공식 지정됐다.

1970~80년대 중반에는 우리 한약재가 일본과 동남아를 석권하면서 수출의 비중이 70%를 차지하는 등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금은 고객도 줄어든데다 오히려 국내소비 한약재의 70%를 수입에 의존한다.

중국.동남아와 함께 북한산 한약재의 수입이 늘고 있으며 녹용.우황 등 고가품은 캐나다.소련.뉴질랜드.브라질.아르헨티나 등에서 들여오고 있다는 것. 중국의 편자환 처럼 우리 한약을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 상품' 이 없어서 인지 외국인 관광객들도 기대한 만큼 찾지않는다.

경동약령시협회 박의진(朴義鎭)회장은 "최근 젊은 한의사들이 새로운 한약개발 연구에 나서는 등 열악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다" 며 "서울의 자랑거리로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행정지원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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