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현장을 간다] 소지역주의 극복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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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6대 총선에선 소지역주의를 극복하려는 후보들의 노력이 여느 때보다 뜨겁다. 이번에 선거구가 통합됐거나 그동안 소지역주의가 팽배한 지역의 경우 이를 극복하는 것이 당락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상대 후보에게 지역이기주의 감정에 호소하는 발언을 하지 말자고 제안하는가 하면, 두 지역에 모두 연고가 있다는 양동(陽動)작전을 구사하는 등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경남 사천의 민주당 황장수(黃壯秀)위원장은 16일 "사천.삼천포 유권자들 사이에 소지역주의로 불리는 지역이기주의가 되풀이되면 정치개혁은 물 건너가고 지역발전에도 치명적" 이라며 "후보들이 공동선언을 한 후 위반하면 자진 사퇴하겠다는 서약을 하자" 고 후보들에게 제안했다.

그는 특히 소지역주의 조장 여부에 대한 감시활동은 시민단체가 맡아 줄 것을 요구했다. 사천지역은 삼천포시와 사천군이 1995년 통합된 곳. 두 지역 유권자 숫자가 비슷해 그동안 사실상 지역 대립구조로 선거가 치러져 왔었다.

2개의 선거구가 하나로 합쳐진 경남 밀양-창녕의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64')위원장은 두 지역을 번갈아 살아온 집안의 내력을 내세우는 읍소형이다. 자신은 밀양에서 태어났지만 선친이 창녕 태생인 데다 조상 산소도 창녕에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밀양-창녕의 민국당 이상천(李相千)위원장은 이들 지역의 공동발전 청사진 제시형. 지연.학연.혈연에 연연하지 말고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의식구조를 갖자며 두 지역 통합개발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두 지역이 겹쳐지는 지역에 인구 40만명의 전원도시를 조성해 경남의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산청-합천의 한나라당 김용균(金容鈞'.58')위원장은 두 지역 중심에 있는 황매산을 연결고리로 활용한다. 황매산을 중심으로 한 지역발전 방향을 제시, 두 지역 표를 한꺼번에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산청(3만5천명)보다 유권자가 많은 합천(4만5천명)출신이지만 소지역주의에 매달리면 당선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상대 김영기(金渶琪)교수는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혈연.지연을 깨자는 이같은 움직임이 신선하고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창원〓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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