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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 차로 ‘올해의 선수상’ 놓친 신지애 아버지 신제섭씨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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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지애의 아버지 신제섭씨는 24일 “많은 대회를 소화하느라 막판에 체력이 달렸다. 스케줄을 잘못 짠내 책임”이라고 자책했다. 사진은 21일 신인상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한 부녀. [슈거랜드 AFP=연합뉴스]

“막판에 역전당한 것이 나 때문은 아닌지 죄책감이 든다. 본의 아니게 올해 지애를 너무 혹사시켰다.”

신지애(미래에셋)의 아버지 신제섭(49)씨의 말이다. 신씨는 신지애가 LPGA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아깝게 1점 차로 놓친 24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딸과 함께 LPGA투어에서 첫해를 보낸 소회를 털어놓았다. 신씨는 “지애가 정말 잘했다. 올해 농사는 대성공”이라면서도 “목표를 초과 달성한 건 맞지만 시행착오도 많았다. 경험이 없다 보니 전 세계를 누비는 무리한 일정을 짜게 된 건 내 잘못”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즌 막판에는 지애가 ‘너무 피곤하다’고 해서 연습 라운드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신지애는 올 시즌 LPGA투어 27개 대회 가운데 93%인 25개에 출전했다. 여기에 호주 대회 1개, 일본 대회 5개, 국내 대회 1개 등 강행군을 펼치며 총 32개 대회를 소화했다. 골프 가방을 들고 남반구와 북반구를 넘나들며 1년 내내 전 세계를 누빈 것이다. 신씨는 “내년에는 이런 강행군을 하지 않겠다. LPGA투어 24개 가운데 22개 대회에만 출전하고, 한국과 일본 대회는 합쳐서 3~4개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딸의 스윙 코치 겸 운전사이고, 매니저이자 요리사다. 여기까지는 다른 ‘골프 대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2003년 11월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갑자기 부인을 잃으면서 이들은 단순한 부녀 관계를 넘어섰다. 신씨는 딸에게 자신의 인생을 투자했고, 딸 역시 아버지를 믿고 인생을 맡겼다. 그만큼 이들 부녀는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다. 신씨는 “차 안에서 지애가 눈물을 흘릴 때도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며 “선수 스스로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 지애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올해의 선수상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나도, 지애도 욕심을 냈다. 결과론일지 모르지만 올해의 선수상을 타지 못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만일 싹쓸이를 했다면 자만심에 빠져 내년 시즌을 망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올 시즌을 통해 드러난 숙제로 신지애의 ‘샷 거리 늘리기’를 꼽았다. 신씨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 지애의 드라이브샷 거리가 15야드 정도 짧아졌다. 러프가 깊다 보니 페어웨이에 보내기 위해 거리보다는 방향에 신경을 쓴 결과다. 그런데 LPGA투어는 코스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 추세다. 정상급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거리를 최소한 10~20야드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씨는 그러나 무리하게 거리 늘리기에만 매달리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무리하게 거리를 늘리려다 스윙을 망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호주에 있는 양희영 아버지의 소개로 이미 전문 체력 트레이너를 물색해놨다. 스윙 근육 강화를 통해 샷 거리 늘리는 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드라이브샷 거리가 짧아지다 보니 뜻밖의 소득도 생겼다고 밝혔다. 신씨는 “국내에서는 파4홀에서 드라이브샷을 때리고 나면 대부분 쇼트 아이언을 잡을 거리가 남았다. 하지만 올 시즌 미국에서는 페어웨이 우드와 롱 아이언을 많이 잡았고, 그 결과 우드와 롱 아이언샷이 좋아졌다. 레귤러 온이 안 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약했던 벙커샷과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신씨는 또 “얼마 전 뉴욕 타임스 기자가 찾아왔다. ‘신인상 시상식에서 지애의 영어 연설이 감동적이었다’며 연설 테이프를 달라고 하더라”며 “지애는 한번 목표를 세우면 끝까지 해내는 성격이다. 내년 시즌 한 단계 발전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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