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를 알고 일을 하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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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김주원 신임 교정원장은 “물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그게 이치다. 교법에는 그런 이치가 담겨 있다. 이치를 알고 일을 하면 결과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수행이란 게 결국 ‘욕심 떼는 일’입니다.” 24일 서울 용산에서 원불교 전산(田山) 김주원(61) 신임 교정원장을 만났다. 이달 초 취임 후 연 첫 기자간담회다. 김 교정원장은 원불교 안에서도 ‘수행’과 ‘교법’에 정통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그는 ‘마음공부’와 ‘일상 생활’을 강조했다. 그 안에 원불교의 핵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는 “원불교 100주년(2015년)을 앞둔 시점이라 어깨가 무겁다”며 “정작 100주년을 맞을 때는 대종사(본명 박중빈, 원불교 창시자, 1891~1943)님을 직접 뵌 분이 얼마나 계실지. 이제는 대종사를 뵙지 못한 이들이 교단을 끌어가는 시대가 됐다”고 운을 뗐다. 그래도 원불교는 지난 세월 국내 4대 종교로 훌쩍 성장했다.

그런 성장의 동력은 뭘까. 김 교정원장은 ‘훈련(수행)과 생활의 병행’이라고 꼽았다. “원불교에는 특별한 수행법이 없어요. 100일 정진도 없고, 장좌불와(長坐不臥)도 없죠. 대신 수행을 철저하게 일상 속으로 용해시킵니다.” 그는 하루를 세 때로 나누었다. “아침에는 일어나 좌선과 기도를 합니다. 낮에는 남을 위해, 또 공익을 위해 일을 해요. 그리고 저녁에는 참회와 반성을 합니다.”

사람들은 대개 아침과 저녁의 고요한 시간만 수행으로 여긴다고 했다. 김 교정원장은 “그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일을 하는 시간이 바로 수행의 시간이죠. 남에게 봉사를 하면서 나의 욕심을 떼어내기 때문이죠. 생활 속에서 그걸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내 안에 힘이 생깁니다. 부동의 힘과 판단하는 힘이죠.”

‘일하는 시간=수행의 시간’이라면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에게도 희망이 생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일에 쫓기고, 생활에 쫓겨서 하루하루 허덕대며 살아간다. 김 교정원장은 “거기에는 한 가지 빠진 게 있다”고 지적했다. 그게 뭘까.

“바로 ‘공부심’이죠. 일을 통해서 이치를 배우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대종사께서도 항상 ‘일을 할 때는 까닭 있게 하라’고 강조하셨죠. 그런데 자칫 일만 쫓다 보면 공부는 놓치기 쉽습니다.”

그는 냉장고를 예로 들었다. “냉장고를 이용하려면 냉장고의 원리(이치)를 알아야죠. 그래야 얼음을 얼릴 때 문을 열어두는 일이 없습니다. 깨달은 사람의 교법을 통해 그런 원리를 배우는 겁니다. 마음과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알고 일을 하면 결과가 달라지니까요.”

김 교정원장은 원불교 100주년을 앞두고 여러모로 교단을 돌아볼 때라고 했다. 원불교 성직자를 ‘교무’라고 부른다. 그런데 여성 교무는 결혼을 않고 독신 서원을 한다. 쪽진 머리에 복장도 저고리를 입는다.

“그걸 정할 당시에는 굉장히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패션이었죠. 그런데 그건 그대로 유지됐는데, 세상은 바뀌었죠.” 정녀(여성 교무)의 독신 서원도 마찬가지다. 가부장적 사회였던 당시에는 자연스런 판단이었다. 여성이 결혼한 상태에서 교무 생활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여성 교무의 결혼과 복장 문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그 방향은 확실합니다. 다만 그걸 언제 할지는 교단 내부의 논의가 필요한 일이죠.” 김 교정원장은 앞으로 3년간 원불교의 행정수반을 맡는다.

백성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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