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관 제재가 없어도 방송 사업자들이 자율적인 심의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낸 이 위원장은 올 8월 7일 방통심의위의 새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외부의 심의나 제재를 받기 이전에 방송사 스스로 자율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방송사의 자율 심의를 거듭 강조했다.
-취임 100일을 돌아본다면.
“처음엔 좀 생소한 일로 여겼는데 40여 년간 법조인 생활한 것과 동떨어진 업무가 아니란 걸 알았다. 위원장 업무라는 게 심의 관련 규정을 해석하고 판단해서 방향을 제시하는 거니까 법조 일과 유사한 점이 많다.”
-조직 개편에도 힘을 써왔는데.
“소위원회와 특별위원회를 재정비하고 방송·통신·광고 등 소위마다 심의연구위원을 두 명씩 배치해 전문성을 높였다.”
-막말·막장 방송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
“국민 정서와 방송 언어를 해치는 방송에 대해선 중점 심의를 해왔다. 최근엔 막말·방송이 범람하게 된 사회적 배경에 대한 연구도 시작했다.”
-통신 분야에선 유해 사이트 차단 사업이 눈에 띈다.
“인터넷 유해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차단 소프트웨어를 보급하는 ‘그린-i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7개월 만에 다운로드 건수가 100만 건을 넘어섰다. 그린i-Net 홈페이지(www.greeninet.or.kr)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모바일의 유해 정보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도 나설 생각이다.”
-악성 댓글 등 인터넷상 명예훼손 문제도 심각한데.
“위원회의 명예훼손 분쟁조정부가 관련 업무를 진행한다. 인터넷상에서 명예훼손 등을 당했을 경우, 해당 글을 삭제하고 금전적 보상이나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법적 절차까지 가지 않고도 위원회를 통해 분쟁을 해결한 사례가 많다. 인터넷상에서 비방 글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누구라도 신청할 수 있으며 모든 과정은 비공개다.”
-26일 방통심의위 주최 국제콘퍼런스가 열리는데.
“‘뉴미디어 시대의 이용자 보호와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다. 특히 일본 니혼TV의 자율 규제 사례 등 자율심의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갈 것이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심의는 한 가지 수단에 불과하다. 심의와 제재만이 아닌 방송통신 사업자들에 대한 격려와 지원, 시청자와 이용자들에 대한 교육 등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 방송과 통신이 유익함과 편리함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글=정강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