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 넘긴 美 총기사고] 下.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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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에서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수십년 동안 있어왔다. 특히 존 F 케네디 대통령, 마틴 루터 킹 목사, 비틀스 멤버인 존 레넌, 레이건 대통령 등 유명인사들이 총기의 표적이 될 때마다 그 목소리는 커지곤 했다.

총기규제 논의가 더 한층 절박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20일 컬럼바인 고교에서 학생 2명이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을 살해한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이날을 '총기 악몽일'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총기로 인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 미국인들이 가장 시급하게 여기는 사항은 총기 구입자에 대한 신원조회 강화와 보다 엄격한 총기관리를 위한 안전자물쇠의 의무화다.

허가를 받은 총기상점에선 총을 팔 때 구입자의 신원을 조회하지만 문제는 총기업자들이 공동으로 여는 대규모 총기할인 특별판매전(gun show).이곳에선 돈만 있으면 누구든 신원조회 없이 기관단총까지 살 수 있다.

안전 자물쇠는 소유자의 허락없이 어린아이나 청소년 또는 우범자들이 총기를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제작 때부터 총기 안에 장치돼 있어 방아쇠를 잠갔다 풀었다 하는 안전장치와는 다르다.

별도로 판매되는 안전 자물쇠는 대개 방아쇠틀에 끼워지는 데 열쇠로 이를 풀지 않으면 총을 사용할 수 없다. 총기규제 옹호론자들은 자물쇠를 총기와 함께 의무적으로 구입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두가지 사항의 입법화가 요즘 논의되는 총기규제론의 핵심이며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이를 지지해왔다. 반면 제작업자들을 비롯해 사냥 등 애호가의 모임인 전국총기협회(NRA:National Rifle Association)를 비롯한 총기 옹호론자들은 국민이 총을 소지할 권리(수정헌법 2조)를 주창하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특별판매전에서 신원조회를 의무화하면 매출이 떨어지고 안전 자물쇠의 경우 총기가격 인상요인이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은 대체로 이들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는 두가지를 포함한 총기규제법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컬럼바인 고교 사건 직후인 지난해 5월 상원은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하원은 부결시켰다. 미 의회는 공화당이 다수당이다. 클린턴은 "의회가 NRA의 (로비)열기 때문에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고 비난하고 있다.

로비등록법에 따라 로비스트들이 상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NRA를 비롯한 총기권리 옹호그룹은 1997년부터 2년동안 의회와 행정부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8백20만달러를 썼으며 자금의 대부분은 공화당에 쏠렸다.

반면 총기규제 그룹의 로비액은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38만달러였다.

이밖에 NRA같은 단체는 91~98년새 약 1천2백만달러를 연방선거 입후보자의 지원금으로 지출했는데 7백30만달러가 공화당 후보들에게 돌아갔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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