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분리는 시간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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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현대그룹의 분할 밑그림이 드러나고 있다.

계열사 가운데 10일 가장 먼저 주총을 연 현대자동차는 정몽헌 현대건설 회장과 이영기 현대중공업 부사장을 이사회에서 제외했다.

정몽구 회장이 이끌 자동차 부문(현대.기아차, 정공, 캐피코)에서 정몽헌 회장과 정몽준 회장의 인맥인 李부사장이 정리된 셈.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현대중공업이 갖고 있는 지분만 정리하면 자동차는 그룹에서 완전 분리된다" 고 말했다.

현대중공업도 오는 27일 주총에서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준 회장을 이사회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재수 그룹 구조조정위원장도 지난 9일 "그룹 분할을 오는 6월까지 끝내겠다" 고 말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으로 자동차 부문을 이끌어온 정세영 명예회장과 그의 아들인 정몽규 회장은 이미 지난해 현대산업개발로 분리했다.

현대정유도 鄭명예회장의 조카인 정몽혁 사장의 몫으로 분가한 상태다. 이에 따라 그룹의 모태인 건설과 전자를 떠안은 정몽헌 회장이 정통성을 잇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아직 금융업에 대한 분할 구도는 분명하지 않다. 鄭명예회장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의사 표명을 하지 않았다.

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은 "당분간 증권.캐피털 등 금융 부문은 이익치 회장 등 전문경영인 체제로 유지될 것" 이라고 밝혔다.

주변에선 그룹을 총괄하는 데 금융 계열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결국 그룹을 이어받을 정몽헌 회장 쪽으로 기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자동차와 밀접한 캐피털은 정몽구 회장 쪽으로 가는 것으로 결정난 상태다. 현대해상화재와 파이낸스는 몽윤.몽일씨 몫으로 각각 정리됐다.

사실상 '포스트 鄭명예회장' 체제로 접어든 현대는 그룹 분할에 따라 계열사간 자금지원이나 인력교환 등이 그전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중후장대형 제조업 비중이 큰 현대가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관심거리다.

현대는 지난 7일 다른 그룹보다 다소 늦게 정몽헌 회장이 직접 인터넷 사업 추진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때 분리된 계열사도 연결해 '현대 포털 서비스' 체제를 갖추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이용택.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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