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KCC 왜들 이러셔 … 우승후보라더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시즌 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두 팀은 23일 현재 순위표 아래쪽에 처져 있다.

KCC는 9승7패로 6위, 삼성은 7승7패로 7위다. 순위로 봐서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두 팀은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안 그래도 강팀인데 이번 시즌엔 취약 포지션의 구멍을 메웠다. KCC는 포인트 가드에 전태풍이, 삼성은 파워포워드 이승준이 들어왔다. 둘 다 혼혈 선수다. 화룡점정의 두 팀이 양강을 형성하며 다른 팀을 압도할 것으로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 팀은 ‘1+1이 2’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팀 스포츠의 수학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1+1’은 3 이상이 될 수도 있고 0이 될 수도 있다.

삼성의 수학은 ‘83+15=81’이다.

지난 시즌 삼성은 평균 83득점을 했다. 여기에 15득점을 하는 이승준이 가세했다. 다른 전력 누수는 거의 없다. 평균 98득점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론 평균 득점이 2점 줄었다. 이승준이 들어와서 지난 시즌보다 공격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테렌스 레더가 27득점에서 18득점으로, 차재영이 6점에서 2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레더는 이승준과 동선이 겹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승준 때문에 벤치에 앉게 된 선수들도 있다.

레더와 이승준 간의 라이벌 의식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 이성훈 국장은 “두 선수가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에서 모두 능력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손발을 맞출수록 경쟁보다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안준호 감독은 “최근 감기 몸살로 제대로 뛰지 못한 레더의 몸이 좋아지면 확률 높은 레더 쪽으로 공격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KCC의 수학 공식은 82+16=83이다. 평균 16득점을 하는 전태풍이 들어왔고 역시 전력 누수는 많지 않았으나 평균 득점은 지난 시즌보다 1점 느는 데 그쳤다. 전태풍이 가세하면서 강병현·추승균·임재현 등 동료 가드들의 득점이 모두 줄었다. 한국의 조직적인 농구에 아직 적응이 덜 된 전태풍이 공격할 때와 패스할 때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다른 선수들은 전태풍에게 공격을 맡기는 경향도 있다. 전태풍은 리바운드와 어시스트에서도 평균 3.7개, 4.6개를 보탰는데 팀 기록은 비슷하거나 줄었다.

두 팀은 수학의 답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농구에서는 수학보다는 체육이 더 중요하다. 두 팀의 가장 약한 부분은 달리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시즌 상위권에 오른 4팀은 모두 뛰는 팀이다. KT·동부·LG·모비스 4개 팀 선수들은 모두 경기 내내 뛰어다니고 상대를 몰아붙여서 상위권에 올라갔다.

추일승 MBC-ESPN 해설위원은 “삼성은 30대인 이상민·이규섭·강혁이 지난 시즌만큼 뛰지 못하고, KCC는 속공할 때 전태풍을 따라 뛰는 선수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