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첫 ‘국빈 초청’으로 인도 택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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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 [피츠버그 AF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국빈방문(state visit) 초청 대상으로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를 선택했다. 22~26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하는 싱 총리는 24일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싱 총리는 “국제테러·경제위기·기후변화·아프가니스탄전쟁 문제 등 글로벌 이슈와 지역 현안, 양국 관심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가 1월 출범한 이후 일본·영국·호주 등 여러 나라 정상들이 백악관을 찾았지만 예우와 격식을 갖춘 국빈 자격의 방문은 한 번도 없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인도 총리가 오바마 정부의 첫 국빈 초청 대상에 된 데 대해 “백악관이 매우 전략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인도를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이전 정부와 비교할 때 다소 소원해진 인도와의 관계를 복원하고 인도의 불만을 달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국빈 방문을 하루 앞둔 2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뜰에 미국과 인도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인도는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베이징 회동 후 공동회견에서 “파키스탄의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바 있다. 카슈미르 지역을 둘러싸고 파키스탄과 영토분쟁 중인 인도는 이 문제와 관련해 ‘외부의 어떤 간섭도 거부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카슈미르 문제에 개입할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G2’(세계 2강 체제)라고 불리는 것도 인도로선 탐탁지 않다.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은 미·중 전략경제대화와 유사한 미·인도 전략대화를 7월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며 “인도를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WP) 등 미 주요 언론들도 “인도를 무시해선 안 되고 불만을 달래줘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중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인도의 떠오르는 경제적 파워다. 싱 총리가 8일 세계경제포럼 회의에 참석해 G20(주요 20개국) 국가 중 처음으로 출구전략 가동을 선언했을 정도로 인도의 경제 회복세는 뚜렷하다. 기후변화 등 환경 분야에서도 인도는 미국의 핵심 파트너가 되고 있다.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 장관은 이달 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파트너로 인도를 고려 중이라고 발표했다.

군사적 측면에서 봤을 때도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수행 중인 미국으로선 인도와 파키스탄 간 분쟁을 완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싱 총리의 첫 국빈 방문은 실용을 중시하는 오바마 정부의 의전 프로토콜과 이벤트가 처음으로 공개된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백악관 앞 남쪽 정원에 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텐트를 설치해 싱 총리 부부를 성대히 접대할 계획이라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전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국빈 방문·실무 방문=국빈 방문은 가장 격식이 높은 방문 형태로 각종 의전행사가 따른다. 미국의 경우 통상적으로 백악관 건물 남쪽 앞에서 대통령이 직접 손님을 영접한 뒤 양국 국가 연주와 환영 연설 등의 행사를 한다. 또 반드시 예복을 입고 만찬을 포함한 연회를 베푼다. 반면 실무 방문은 의전행사를 생략한 채 격의 없이 현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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