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공장 운영 노학래씨 "경직된 군행정 울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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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충남 예산군 삽교읍에서 김치공장 ㈜쌍송농산을 운영하는 노학래(盧學來.39)씨는 요즘 울화통이 터진다. 예산군청의 엉터리 행정 때문에 7천만원어치의 배추가 썩어 쓰레기로 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8억여원을 들여 1백50평 규모의 김치공장을 차린 盧씨의 '불행' 은 공장 설립시 김치 숙성용 토굴(40평)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盧씨는 지난해 6월 예산군으로부터 공장 준공허가를 받았다.

盧씨는 토굴을 김치 숙성장소로 사용했다.

盧씨에 따르면 토굴 내부의 온도가 김치 숙성에 최적 조건(섭씨 12도)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산군은 지난해 12월2일 식품위생법(21조)상 시설 기준 위반을 근거로 지난 1월10일부터 한달 동안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토굴에서 김치를 숙성시키는 자체가 불법이란 이유였다.

군의 행정처분을 납득하지 못한 盧씨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자 즉시 보건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복지부는 "공장에서 제조.가공된 김치를 토굴에서 숙성만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고 답변했다.

盧씨는 이를 예산군에 통보했으나 군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23조 1항(허가사항 변경)의 규정을 들어 "시설 변경 허가를 얻지 않고 토굴을 사용했다" 며 행정처분을 번복하지 않았다.

토굴에 대한 관련 법규가 없어 법적용 대상이 아닌데도 군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토굴의 불법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홍성군은 1백여년 전부터 광천읍 일대 30여개 토굴에서 새우젓을 숙성시키고 있지만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단속한 적이 없다.

이런 와중에 盧씨는 예산군의 행정처분으로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해 구입한 배추 3만 포기를 몽땅 썩혔다.

회사 설립을 위해 은행으로부터 빌린 2억여원의 이자도 갚지 못해 부도 위기에 처했다.

예산군 위생계 관계자는 "토굴이 건축물대장에 등재가 안된 불법 시설물로 이곳에서 숙성시킨 김치의 위생 상태가 불량한 것은 당연하다" 며 "盧씨가 공무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盧씨는 "재산 피해를 접어두고라도 잘못된 행정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공무원들의 태도가 납득할 수 없다" 고 말했다.

盧씨는 현재 예산군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예산〓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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