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개속 부산 민심 현지르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부산은 '신당 바람' 의 진원지인가. 민주국민당(가칭)의 주장처럼 한나라당은 부산 민심에서 멀어져갔나. 그 바람의 위력에 따라 총선 전체 판도가 춤을 출 수밖에 없다.

총선을 44일 남겨둔 1일. 겉으로 드러난 부산의 민심은 아직 안개 속이다.

한나라당의 공천 파문과 민국당 창당으로 요동치는 선거 판도에 대해 부산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미지근하다. "관심 없다" "아직 말하고 싶지 않다" 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그런 가운데서 '반여(反與)정서' 결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국당과 관련해서는 "진짜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밀고 있나" 를 서로에게 묻고 있다. YS의 거취가 풍향을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되는 분위기다.

◇ "와(왜)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노" 〓 "문제만 안 일으켰으면 (이회창 총재가)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선거를 망쳐 놓았다" "일단 야당이 압승하고 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직장인들이 가는 술집.식당이나 택시를 타면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다.

29일 저녁 동래온천장 주변 산 곰장어집. 20년째 이 식당을 경영하는 高모(56)씨는 "공천 파문이 있기 전만 해도 부산은 반(反)DJ 정서 때문에 한나라당이 싹쓸이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고 말했다.

삼삼오오 어울린 손님 30명의 대화는 주로 민국당 얘기였다. 이들은 한나라당 공천의 개혁성, 중진 물갈이에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대신 일부 지역구의 낙하산식 공천에 불쾌해 했다.

PNG지사에 근무하는 황선주(36.과장)씨는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들에 대해 별로 동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명도가 없는 사람들을 이회창쪽 사람이라고 대타로 내놓은 것은 있을 수 없다. 부산을 졸(卒)로 본 것 아이가(아니냐)" 라고 흥분했다.

◇ "어디에 찍어야 하노" 〓대부분의 부산 시민들은 야당 분열로 총선의 구심점이 흐려졌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영도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고봉수(37)씨는 "현 정권이 싫은데 어디에 표를 찍어야 이를 반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고 말했다.

택시 운전기사 김인기(47세)씨는 "지난 대선 때 이인제 후보 쪽으로 표가 갈렸는데 이번에도 여당이 어부지리를 얻는 게 아니냐" 고 걱정했다. 민국당에 대한 시각도 곱지만은 않다. 고교 교사인 申모씨는 "민국당 사람들은 '부산 민심은 우리 편' 이라고 보는 모양인데 착각" 이라고 말했다. 동명정보대 안수권(신문방송학)교수는 "낙천했다고 보따리 싸는 정치는 끝내야 한다" 고 강조했다.

◇ "YS가 진짜 움직이나" 〓그러나 민국당 바람이 잠복해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특히 부산 민심에서 애증(愛憎)이 나타나는 YS가 어디에 무게를 싣느냐는 것은 표의 쏠림 현상에 주요 변수다.

중소 화학회사를 경영하는 송민교(37)씨는 "YS가 민국당을 진짜 지원하는지에 대해 확신이 없다" 며 "그러나 강삼재(姜三載).박종웅(朴鍾雄)의원 등 YS 직계들이 신당에 합류할 경우 분위기는 급변할 수 있다" 고 전망했다.

고신대의료원 崔모(전문의)씨는 "지난 대선 때 이인제 후보가 부산에서 많이 득표한 것은 'YS가 지원한다' 는 설(說)이 영향을 미쳤던 것 아니냐" 고 말했다.

출마자들은 "부산은 역대 선거에서 어느 지역보다 막판 바람이 크게 작용해 왔다" 며 선거 막바지의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이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