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보즈워스 방북 일정 서울서 발표한 뜻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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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스티븐 보즈워스(사진)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날짜를 19일 서울에서 공개한 것은 한·미 외교당국 간의 사전 조율에 의한 것이라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20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북핵 문제 해결 노력의 일환으로, 12월 8일 보즈워스 대표를 북한에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도쿄→싱가포르→베이징→서울’로 이어진 아시아 순방 일정 중 오바마 대통령은 서울을 발표 장소로 택했다. 한국 외에 중국과 일본도 6자회담 관련국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이왕에 날짜를 공개할 예정이라면 서울에서 발표해달라’고 제안했고, 긴밀한 양측 간 논의를 거쳐 미국 측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발표장소를 서울로 정한 데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에 보내는 고도의 외교 메시지도 담겨 있다”고 전했다. 통미봉남(通美封南·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과 대화하는 것)의 의도를 포기하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설명이다.

북·미 양자회담이 임박하면서 ‘북한이 북·미 담판으로 협상의 실리를 챙기고, 한국을 배제시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런 만큼 오바마 대통령이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일정을 서울에서 발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 한 것이란 설명이다. “평양이 북핵 문제를 워싱턴과 논의하려면 반드시 서울을 통해야 하며, 통미봉남은 기대하지 말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던졌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에게 “북·미회담이 있더라도 6자회담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6자회담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보완 차원에서 하는 것”이란 점을 누차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6자회담 참가국 중 중국이나 일본보다 직접 이해당사국인 한국과 미국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오바마 대통령이 부각하려 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한국과 미국이 힘을 합쳐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에 주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정상회담에서 수차례 강조했다”고 말했다.

방한 직전 베이징 방문 때 북핵 문제를 보는 미국과 중국 간의 분명한 시각 차를 확인한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양국 간의 철통공조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굳혔다는 것이다.

베이징 방문 때 오바마 대통령이 “도발을 계속하면 북한은 고립될 것”이란 경고 메시지를 던진 반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강조점이 달랐다. 정부 관계자는 “6자회담 참가국들 중 한국과 미국이 직접적인 당사국임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가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보즈워스 평양 방문 뒤 곧바로 서울 올 것”=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보즈워스 대표가 평양 방문 일정을 마치면 먼저 서울을 방문한 뒤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있거나 중요한 진전사항이 있을 경우엔 보즈워스 대표가 이 대통령을 만날 수도 있다”며 “보즈워스 대표가 북·미회담 결과를 한국에 먼저 설명하는 것은 워싱턴과 서울의 철벽공조와 관련해 북한과 주변국에 주는 상징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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