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선출된 곽배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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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수십년간 사회적인 남녀평등은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가정내에서만큼은 큰 변화가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가정에서부터 남녀평등이 이뤄지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어요. " 지난달 29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제3대 소장에 선출된 곽배희(郭培姬.54)씨는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이대 법대 졸업후 기독교 방송국 PD로 활동하던 郭소장은 1973년 여성법률상담소 상담요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65년 당시 '여성법률'상담소를 설립한 고(故)이태영 박사가 법대 학장시절 끔찍이 아꼈던 郭소장을 불러들였던 것.

"선생님이 '법 전공을 한 네가 할 일은 따로 있다. 이곳이 너의 자리니 어서 와라' 고 해 그대로 따랐죠. "

郭소장은 "당시엔 가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여자가 하소연할 곳이 하나도 없었다" 면서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거나 돈이 없어 어쩔 줄 몰라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고 회고했다.

소외계층이었던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여성법률상담소는 현재 가정법률상담소로 이름을 바꿔 가족문제를 총괄 상담하고 있다. 이곳에선 개인상담 뿐만 아니라 가족법상 불합리한 점을 뜯어 고치는데 주력, 70~80%를 바꾸는 성과를 거뒀다.

95년 동성동본 금혼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신청을 제기했고, 97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냈다.

郭소장은 "현 친족법.상속법.이혼시 재산분할법 등도 그 투쟁의 결과" 라면서 "앞으로 내 임기동안 호주제 폐지운동을 벌일 계획" 이라고 밝혔다.

郭소장은 "남녀가 평등해야 가족.사회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누구도 가정에서 희생당해선 안됩니다" 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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