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 유상부 회장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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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 발행주식의 5%에 이르는 4백82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는데요.

"1999년 순이익이 1조5천5백억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8만원에 육박했던 주가가 올들어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메릴린치 등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포철의 주당가치를 19만~24만원으로 보고 있어요.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된 데 대한 방어이자 앞으로 주가가 오르면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 (포철이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25일 전날보다 5천원이 올라 11만7천원이었던 주가는 28일 11만1천5백원으로 떨어졌다. )

- 2월 중순 미국에서 기업설명회를 가졌는데, 최근 주가 움직임과 관련이 있습니까.

"외국인 지분이 43%나 됩니다. 포철이 세계적 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우선 외국인 주주들을 이해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직접 기업설명회에 나선 것이지요. 만나는 사람마다 투명경영을 강조하더군요. 투자자를 놀라게 해서는 안되며 예측 가능한 경영을 해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주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전자상거래.인터넷 시대에 대비할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

-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특별한 방안이 있습니까.

"사외이사제는 어느 정도 정착됐다고 봅니다. 그전 같았으면 2분이면 끝났을 이야기가 2시간 정도 걸릴 때도 있습니다. 비능률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

- 아직도 포철에 관료주의 문화가 남아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포철은 과거에 정부출자기업, 현재는 정부재출자기업입니다. 공기업 성격이 강해서 무슨 결정을 하려면 서로 책임을 면하기 위해 여러 군데서 결재하고 협력업체 등에도 위압적인 자세가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30여년간의 관행을 바꾸려 드니까 진통도 있습니다. 그래도 최근 업무혁신(PI)을 통해 스스로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주총이 회장 취임 2년 되는 날이지요. 민영화 작업은 예정대로 되어갑니까.

"상반기 중 산업은행이 포철 지분(9.84%)을 매각하면 포철은 말 그대로 민간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사실 IMF 관리체제인 지난 2년은 기업을 책임진 사람에게는 악몽이었습니다. 그러나 포철은 기본이 충실한 회사입니다. 운도 따랐지요.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 98.99년 2년 연속 순이익을 경신했습니다. "

- 요즘 e-비즈니스를 이야기하지 않는 기업이 없습니다. 포철도 예외가 아닌데요.

"포철은 이미 88년부터 철강VAN을 통해 관련 업체와 기업간 전자상거래를 해왔고 2년전부터는 본격적인 인터넷 시스템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자재 공급회사와 고객 회사를 하나의 과정으로 묶는 본격적인 e-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 1단계로 올 하반기부터 재고품을 사이버 마켓을 통해 판매할 계획입니다. "

- 포철이 투자한 017을 011이 인수했는데, 정보통신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인가요.

"SK텔레콤(011)과 주식을 교환(swap)하면 포철이 정보통신 사업에서 손떼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과 다릅니다. 이것은 새로운 사업의 시작입니다. 머지 않아 금융거래는 물론 기업의 영업활동을 전자상거래로 할 수 있는 시대가 바로 IMT-2000과 함께 옵니다. 여기에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이를 관리하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합니다. 포철과 SK는 이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제휴한 것입니다. "

- 3월 주총에서 연임하시겠지요.

"주주들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지요. 그러나 때가 되면 떠날 것입니다. 퇴직하면 집사람과 함께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노동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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