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4룡 '슈퍼 화요일' 대책 부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나는 진짜 레이건주의자다. " (매케인) "히스패닉은 내편이다. " (부시)

미국 대선 후보 지명의 윤곽이 판가름나는 다음달 7일 '슈퍼 화요일' 을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의 예비후보들이 치열한 '상대방 표 빼앗기' 에 돌입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은 미시간.애리조나주에서 무소속.민주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이겼지만 이번엔 공화당원들에게 열렬한 구애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캘리포니아에 도착해 "나는 레이건주의자며 골수 공화당원" 이라고 선언했다. 매케인이 레이건 전 대통령을 언급하고 나선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대의원수가 1백62명으로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는 바로 레이건이 주지사를 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레이건이 공화당뿐 아니라 무소속.민주당의 지지를 받았음을 상기시키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매케인은 기를 쓰고 자신과 레이건을 연결시키려 하면서 캘리포니아에 선거자금을 집중 살포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공화)도 대대적인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는 로스앤젤레스 등 서부지역을 강행군하며 히스패닉 등 소수민족과 무당파 유권자들의 환심 얻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 지역에 스페인계가 많기 때문에 그는 스페인어로 연설하기도 한다.

유에스에이 투데이가 24일 보도한 그의 선거전략은 ▶소홀히 했던 온건성향의 유권자 인심얻기▶소규모 토론회 치중▶거만하지 않은 친숙함 보이기 등이다.

부시의 선거전략가 톰 래스는 "부시가 극우 보수주의자가 아닌 중도 보수주의자임을 알리는 게 우리 전략" 이라고 말했다.

매케인과 부시는 그동안 써오던 전략을 이번엔 서로 바꿔 이용하는 셈이다. 민주당에선 '매케인 돌풍' 을 역이용해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앨 고어 부통령에게 크게 뒤져 있는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은 자신을 매케인에 비유한다. 그는 "공화당에선 매케인이, 민주당에선 내가 개혁가" 라고 말한다.

"민주당원들이 어쩌면 고어가 아니라 개혁가인 매케인을 지지할지도 모른다" 며 우회적으로 개혁가인 자신에게 표를 줘야 만이 민주당이 안전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고어측은 "구크(황인종을 비하한 표현)는 정말 싫다" 고 한 매케인의 발언을 물고늘어지고 있다.

고어편에 서 있는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매케인이 베트남에서 5년간 포로로 억류돼 고초를 겪었어도 동양인을 비하하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잘못됐다" 고 맹비난했다.

고어측은 본선에서 만나면 공화당 골수 보수파인 부시보다 매케인이 더 껄끄럽다는 판단에 따라 미리부터 '매케인 손보기' 를 하는 듯한 양상이다.

정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