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쿄도·미에현 지사 과세안등 국책사업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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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 총리는 22일 하루 종일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하나는 도쿄도(東京都)가 도시내 은행에 대해 매출.종업원수를 기준으로 한 과세(외형표준과세)안을 새로 만든데 따른 것이었다.

오부치 총리는 "도쿄도는 일부 지자체일 뿐" 이란 말을 되풀이했다. 금융불안 방지, 조세 형평성을 들어 재고를 요청한 정부 입장을 도쿄도가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다른 하나는 미에(三重)현 지사가 국책사업인 역내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백지화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오부치 총리는 "지사님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으니까" 라고 얼버무렸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도쿄도 지사와 기타가와 마사야스(北川正恭)미에현 지사 모두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시하라는 23일 도의회에 외형표준과세 조례안을 냈다. 정부의 요청을 묵살하고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다. 의회는 3월말께 의결할 예정이다.

통과가 확실하다. 도의원 대부분이 새 과세안을 통해 도쿄도의 재정을 재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시하라는 조례안을 내면서 "도쿄발 새 세제(稅制)가 국정을 바꿀 것" 이라고 장담했다. 지난해 지사 선거전의 슬로건인 '도쿄도발 국정개혁' 을 실천하는 셈이다.

오부치 내각은 도쿄도의 반란에 전전긍긍이다. 조례안이 현행 법에 저촉되지도 않는데다 새 과세안에 대해선 국민의 60%가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의원 해산과 총선을 앞두고 제동을 걸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시하라의 독주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18일에는 도내 디젤차에 2003년부터 정화장치 부착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정부는 '벙어리 냉가슴 앓기' 다. 정화장치 기술 개발 및 운송 업체의 비용 증가와 단속 문제가 걸리지만 환경대책이니 함부로 말도 못꺼낸다.

이시하라는 올 봄 티베트 불교 최고지도자 달라이 라마 방일때 외무성의 희망과 달리 회담을 갖기로 했다.

기타가와 미에현 지사의 원전 백지화 정책은 지사가 원전 건설을 거부한 최초의 사례다. 중앙정부는 도미노 현상이 생길까 부담스럽다. 미에현 발표 직후 원전 건설업체인 중부전력은 계획을 중지키로 했다. 정부는 2010년까지 원전을 20기 늘리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봐 안절부절이다.

기초단체의 반발도 골칫거리다. 도쿠시마(德島)시는 지난달 주민투표로 정부의 하구언 건설 계획을 거부했다. 공공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는 처음이다.

건설성은 시측과 교섭을 벌이고 있다. 오키나와(沖繩)현 후텐마(普天間)미군 비행장 대체기지를 받아들이기로 한 나고(名護)시는 미군의 사용 기한을 15년으로 고집하고 있다.

지자체가 정부와 힘을 겨룰 수 있게 된 것은 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수 유권자의 지지로 당선된 의원들이 국정을 운영해 가는 내각제라는 특성에다 지속적인 지방분권 정책의 산물이다.

그러나 최근의 잇따른 반란은 중앙 관료가 정책 조정력을 잃은데다 정치가 실종된 것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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