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인질극 소년 1명 구사일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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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북오세티야 학교 인질극 현장 비디오 테이프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모습으로 클로즈업됐던 소년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것으로 확인됐다.영국의 BBC와 일간지 더 선 등에 따르면 게오르그 파르니예프(10) 소년은 바로 옆에서 폭발물이 터졌는데도 가벼운 부상만 입고 살아났다.

소년은 비디오 화면처럼 인질 1천여명의 앞줄에 앉아 깍지 낀 손을 머리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바로 앞에는 테러리스트가 기폭장치를 밟고 서 있었고 약 5m 떨어진 곳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었다.갑자기 바로 옆 폭발물이 터졌다.일부 작은 파편이 팔에 박혔지만 소년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어지럽고 멍한 상태에서 일어난 소년은 주변에 흩어진 시신들을 보았다.이곳 저곳에서 비명이 들렸다.소년은 인질범에게 "물을 마시게 해달라"고 부탁했다.인질범이 수도관이 부서져 물이 흐르고 있는 옆방으로 가게 허락했다.

소년이 옆방으로 간 사이 두번째 폭탄이 터졌다.체육관 농구 골대에 설치된 폭탄이 터진 것으로 추정된다.소년은 아무 생각 없이 체육관쪽으로 돌아왔다.눈 앞에 펼쳐진 상황은 끔찍했다.가운데 몸이 두 동강 난 여자의 주검이 보였고 주변에도 떨어져나간 수족들이 널렸다.소년이 앉았던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비명을 지르는 인질을 향해 테러리스트들이 총기를 난사하고 있었다.소년은 체육관으로 들어서지 않고 조용히 엎드려 숨을 죽였다.진압군 특수부대원과 인질간에 총격이 오고 갔다.총격전 와중에 특수부대원이 소년을 발견해 안전지대로 옮겼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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