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이버테러 첫 경보발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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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근 미국.영국 등지에서 바이러스.메일폭탄 유포 등 사이버 테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가상공간에도 테러 비상이 걸렸다.

중학생이 악성 컴퓨터 바이러스를 직접 제작해 유포하고 국내 처음으로 해킹 협박범이 출현하는 등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 신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17일 국내 처음으로 사이버 테러 경보를 발령했다.

◇ 공포의 바이러스 유포〓경찰청은 이날 인터넷 e-메일을 통해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자동 전염되고 특정날짜에 컴퓨터 시스템을 파괴하는 신종 '웜 바이러스(worm-virus)' 를 제작, 유포한 중학 2년생인 徐모(15)군을 붙잡았다.

외국의 경우 지난해 3월 미국에서 발생, 수십만개의 컴퓨터 시스템을 파괴한 '멜리사 바이러스' 등 악성 웜 바이러스가 종종 있었으나 내국인이 이를 제작.퍼뜨리기는 처음이다.

徐군은 지난달 말 웜 바이러스 프로그램 일종인 '화이트' 를 제작한 뒤 지난 2일 PC동호인들이 많이 찾는 P사 홈페이지 자료실 등에 'CD속도를 올려' 주는 것처럼 소개해 지금까지 1천여명이 이를 다운로드받아 감염되도록 했다.

이 바이러스는 PC내 e-메일 주소를 자동검색, 스스로 메일전송을 통해 다른 PC로 전염되며 '徐군의 생일인' 매달 31일 해당 PC의 시스템을 파괴하도록 고안돼 있다.

경찰은 백신 프로그램 설치를 통해 PC점검 등을 하지 않을 경우 다음달 31일 대규모 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바이러스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 '윈도 95' 이상의 버전이 설치돼 있고 인터넷 프로그램인 '익스플로러' 를 쓰는 PC는 모두 감염될 수 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 바이러스는 e-메일 주소록을 15분마다 자동검색해 계속 e-메일을 보내는 등 멜리사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훨씬 커 얼마나 많은 컴퓨터가 감염됐는지 파악조차 할 수 없다" 고 밝혔다.

◇ 사이버 테러〓서울경찰청은 이날 회사에서 퇴직당한 데 앙심을 품고 회사 정보처리 업무를 마비시키기 위해 대량으로 전자우편을 보낸 혐의(업무방해)로 李모(3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李씨는 지난해 12월 S무역회사에서 퇴사당하자 지난 10일부터 6일 동안 6만여통의 메일을 한꺼번에 보내는 일명 '밤메일(메일폭탄)' 수법으로 S사의 컴퓨터 정보처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李씨는 이 회사 사장 金모(33.여)씨 명의로 인터넷 음란사이트에 가입한 뒤 게시판에 음란한 글과 金씨의 연락처를 올려놓는 등 '사이버 스토킹' 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검찰 홈페이지가 최근 해킹당하는 사건이 일어난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20대 대학생이 대구시내 모 방송국 홈페이지를 해킹, 초기화면과 내용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 사이버 협박〓지난 14일 한 벤처회사의 홈페이지에 "1억원을 은행계좌에 입금하지 않으면 홈페이지와 메일링 계정을 모두 파괴하겠다" 는 메일을 보내 협박한 사건이 발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민간기업을 상대로 거액을 요구하며 인터넷사이트 시스템을 파괴하겠다고 협박한 사건은 처음이다. 이 협박범은 14일과 16일 두차례에 걸쳐 2만~3만건의 협박메일을 보내 회사의 업무를 사실상 마비시켰다.

◇ 사이버 테러 경보란〓바이러스 감염이나 해킹 등의 피해가 심각해질 것으로 판단돼 국민에게 이를 알려 대비토록 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청이 자체적으로 발령하는 경보. '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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