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연합회 '한국의 문화자원 2000'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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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새로운 천년을 맞아 지방문화원을 중심으로 '우리 것' 을 찾아 정리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 첫 성과로 전국문화원연합회(회장 이수홍)가 '한국의 문화자원 2000' (7백24쪽.비매품)을 펴냈다.

각 지방 2백5개 문화원이 중심이 돼 만든 이 책에는 전국 2백32개 시.군.구의 역사와 지리, 문화재.향토축제.인물에서 별미음식과 탐방코스에 이르기까지의 '문화자원' 이 담겨있다.

여행이나 관광 안내서처럼 각 지역의 부분적인 정보를 담은 책은 기왕에도 여럿 나와 있지만 전국 시.군.구를 모두 망라한 인문지리지 개념의 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작업은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

이런 유의 책은 연원이 깊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 성종 때의 동국여지승람과, 중종 때 이를 보완한 신증동국여지승람으로 그 시대 각 도.읍의 역사와 지리, 인문사회.건축 등을 수록하고 있다.

그러나 신증동국여지승람 서문에서 말한 "물려받은 것과 개혁한 것이 다르니 장차 덜어야 할 것과 보태야 할 바를 증보 개편토록 하라" 던 의도는 이후 4백 여년 동안 전혀 계승되지 못해온 터였다.

'동국여지승람의 편찬 정신을 계승한다' 는 취지에서 기획.편찬된 이번 책도 내용을 요점 정리 식으로 담은 데다 사진이나 도록 등 시각자료를 넣지 못했고, 요즘 필수적인 CD롬 작업도 병행하지 못하는 등 한계가 보인다.

무엇보다도 국가차원이 아닌 민간조직에서 주관한 데 따른 열악한 재정사정 탓이다. 이번 작업은 한국마사회가 농어촌발전기금에서 1억원을 지원해 겨우 성사됐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가진 문화자원에 관한 기초자료를 수집, 일단 개괄적으로나마 정리해둠으로써 앞으로 이를 보완.확대하는데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원연합회 안진수 사무총장은 "각 지방 문화자원에 대한 노하우와 애정면에서 문화원만한 조직이 없다" 며 "앞으로 경비문제만 해결되면 이번 작업을 발판으로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누어 보다 상세한 정보를 담은 책을 순차적으로 펴낼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상에서 각 지방의 향토문화를 종합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구축사업도 본궤도에 진입했다.

이 작업을 맡고 있는 문화원연합회 전명찬 과장은 "지난해 광주와 전라 남.북도, 제주도의 45개 시.군.구의 향토문화를 데이터베이스화한 데 이어 올해는 경기.강원 49개 시.군의 DB작업을 마치고 오는 2002년까지 전국 2백32개 시.군.구의 향토문화 DB를 구축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데이터베이스는 각 지역의 향토문화를 지역사.문화재.민속.인물의 4개 카테고리로 대별한 뒤 이를 다시 대분류.중분류 등으로 세분해 더 상세한 정보를 수록했다.

이들 정보는 연합회 홈페이지(http://www.kccf.or.kr)를 통해 서비스되며 키워드.분류별.지역별.가나다순 등 여러 경로로 찾아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전국 곳곳의 지역축제 4백여개를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향토문화를 종합적으로 찾아보기 위한 인터넷 사이트가 없는 상황에서 이번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이 완료되면 문화정보에 대한 접근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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