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관중석 "핸드볼 경기 맞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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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테네 올림픽에서 여자핸드볼이 값진 은메달을 따낸 후 핸드볼 열기가 뜨거워졌다. 관중이 들어찬 핸드볼 경기장에서 대구시청과 효명건설 선수들이 개막경기를 펼치고 있다. 대구=남궁욱 기자

"글쎄, 7~8년은 됐지 싶은데요."

9일 오후 1시 대구시민체육관. 코리안리그 전국실업핸드볼대회 개막을 30여분 앞두고 몰려들기 시작한 관중을 바라보던 여자핸드볼 효명건설 임영철(44) 감독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그는 "여자 핸드볼이 1988년과 92년 올림픽에서 2연패한 뒤 반짝 인기가 있다가 96~97년께 사그라졌다"며 "그 이후론 늘 텅 빈 스탠드 밑에서 경기를 했는데 오늘 좀 어색하다"고 말했다. 임 감독의 얼굴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바로 자신이 사령탑을 맡은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보다 값진 은메달을 따내며 '중흥'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개막전인 효명건설과 대구시청의 경기는 올림픽 후 달라진 입지를 실감하게 했다. 우선 1000여석의 관중석이 꽉 찼다. 분위기도 좋았다. 골이 터질 때마다 관중은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환호했고, 실수라도 나오면 "괜찮아! 괜찮아!"를 외쳤다.

특히 오영란.이상은(이상 효명건설)이나 허순영(대구시청) 같은 '아테네 영웅'들이 공을 잡으면 환성이 터졌다. 곳곳에 플래카드도 눈에 띄었다.

이 중 800여명은 인근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나온 중.고등학생들이었다. 그러나 이들도 모두 학교 측이 먼저 요청해와 자리를 내준 것. 나머지 관중 200여명도 올림픽 전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숫자였다. 인천에서 왔다는 이창규(44)씨는 "올림픽 이후 첫 대회가 열린다고 해 내려왔다"며 "내일 올라가야 하지만 주말에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핸드볼 경기를 직접 본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다.

대구시청을 열심히 응원한 김유림(성명여중3)양은 "경기장에서 보니 더 재미있다"며 "대회가 끝나기 전에 또 오겠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신이 났다. 남자부 두산주류의 남광현은 "이렇게 관중이 많은 건 처음 본다"며 "경기할 맛나겠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반짝 열기'에 그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후 수업을 경기 관람으로 대체했던 학생들이 대구시청의 경기가 끝난 뒤 모두 빠져나가자 이런 걱정도 짙어졌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핸드볼 팬이어서 새벽같이 서울에서 고속철을 타고 왔다는 김진주(21.경희대)씨는 "요즘 핸드볼 열기에는 '거품'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국실업핸드볼연맹의 이경숙 사무국장도 "다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당하지 않기 위해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날 경기에선 대구시청이 29-18로 신생팀 효명건설을 꺾었고, 삼척시청은 부산체육회를 28-24로 눌렀다. 이번 대회는 15일까지 계속된다.

대구=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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