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 농법' 뜬다…농약 살포량 44% 감소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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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990년대 초반 국내에 유입된 아메리카 잎굴파리. 애벌레가 무.배추 등 채소류를 마구 갉아먹어 수확을 망쳐 왔지만 잎 속에 서식, 농약을 뿌려도 별 효과가 없었다.

몸통 길이가 2㎜에 불과한 '토종 좀벌' 이 농민들의 이같은 고민을 덜어주는 해결사로 등장했다. 좀벌의 성충이 잎굴파리 몸 속에 알을 낳아 애벌레를 죽게 만드는 것. 시험 결과 좀벌 50마리만 있어도 잎굴파리 8백마리를 거뜬히 퇴치할 수 있었다.

토종 곤충을 이용해 농작물의 해충을 퇴치하는 '천적 농법' 이 각광을 받고 있다.

15일 전북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거미와 사마귀.잠자리 등을 이용해 농사를 지을 경우 각종 해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연생태계 사슬을 유지하는 효과도 나타났다. 연구 결과 사마귀는 여름철 벼농사를 망치는 벼멸구나 애멸구.끝매미충 등을 먹어치웠다. 거미는 6, 9월에 나와 볏대를 갉아먹는 이화명충이나 홍명나방을 없앤다.

또 잠자리 유충은 애멸구를, 소금쟁이는 물에 떨어지는 해충들을 제거하는 데 효과가 큰 것으로 실험됐다.

이들 천적을 이용해 시범농업을 한 결과 농약살포 횟수가 연 평균 5회에서 3.3회(44% 감소)로 줄어들었다.

지금까지 김제.완주.남원 등 3개지역 8㏊의 논에서 천적 농법을 실험해온 도 농업기술원은 올해 무주.장수에 있는 30ha씩의 시범단지로 확대적용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는 일반 농가에도 보급한다.

농업기술원 고만건(高萬建.43)지도사는 "천적 농법을 활용할 경우 인건비 절감은 물론, 공해 없는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해 값도 더 받을 수 있다. 또 생태계 파괴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고 강조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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