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동동] 행인 자주 빠지는 대학로 실개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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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3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양모(59·여)씨가 떡볶이·순대를 파는 노점 앞에 나무판자가 깔려 있다. 양씨는 “얼마 전 인도 가운데 실개천(사진)이 생겼는데 손님들이 자꾸 빠져 덮어놓았다”고 말했다. 양씨는 “술 취한 아저씨부터 하이힐 신은 아가씨까지 이곳에 빠지는 사람을 많이 봤다”며 “아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실개천은 11월 초 개장된 ‘대학로 실개천’. 혜화로터리부터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까지의 인도에 조성된 것이다. 서울시 ‘도심 속 실개천 조성사업’의 첫 작품으로 36억원이 들었다. 길이 1㎞, 폭 60㎝~1m에 깊이가 50㎝다. 북악산에서 대학로로 흐르던 옛 홍덕동천을 재현하며 삭막한 길에 쉼터를 조성한다는 의미에서 설치했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생기는 지하수를 여과해 살균처리한 1급수 수준의 물을 흘려 보낸다.

그런데 실개천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혜화역 1번출구 앞이 문제다. 군데군데 유리덮개로 덮여 있어 무심히 지나던 시민, 술 취한 행인이나 시각장애인들이 빠지기 십상이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허유경(36·주부)씨는 “아이들은 마구 뛰어다니는데 빠져서 다칠까 봐 불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서울시는 문제가 되는 구간을 투명한 덮개로 덮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종로구청에서는 서울시와 협의해 일부 구간에 합판을 깔아 ‘응급처치’를 했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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