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호두과자’ 옛 명성 찾기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천안시 한 제과업체 직원들이 호두과자를 포장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앞으로 천안 호두과자는 국내산 호두만 사용해 만듭니다.”

충남 천안시와 호두과자 생산업체들이 70년 전통의 ‘천안 호두과자’ 맛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등 옛 명성 찾기에 나섰다.

16일 천안시에 따르면 천안명물로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호두과자가 인기를 끌면서 품질이 낮은 호두과자가 난립하자 국내산 호두와 팥, 밀가루만을 사용해 만드는 고품질의 호두과자를 생산해 웰빙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층을 파고들고 있다.

호두과자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천안시 대흥동 A업체는 최근 외국산에 비해 가격이 4배 이상 비싸지만 고소한 맛이 월등한 천안 광덕산 호두를 사용하고 있다. 이 업체는 호두뿐만 아니라 밀가루와 팥 등도 모두 국내산을 사용해 웰빙식품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천안시 신부동 B업체 역시 천안 광덕면에서 생산되는 호두만을 사용하기 위해 9월 천안농협과 호두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밀가루도 전남에 있는 우리밀 가공공장에서 공급받고 있다.

천안시는 이들 업체들이 호두과자의 품질을 높이는데 인센티브 제공 등 행정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처럼 천안시와 업체들이 천안의 호두과자 옛 명성을 찾기 위해 나선 것은 5∼6년 전부터다. 제조처를 알 수 없는 천안 호두과자 유사품이 쏟아져 나와 천안은 물론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등지에서 판매를 잠식했기 때문이다.

호두과자 생산 업체인 천호당 김진평(46)대표는 “유사 호두과자 속에는 호두가 아주 적게 들어있거나 국내산 호두는 아예 찾아 볼 수 없는 것도 있어 맛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제조처가 불분명한데도 천안 호두과자로 팔리고 있다”며“ 노점상 등에 의해 팔려나가는 이들 짝퉁 호두과자 물량은 진짜 천안 호두과자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은 유사 호두과자의 생산을 막기 위해 4년 전 특허청에 다른 곳에서 만든 호두과자에 천안의 지명을 쓰지 못하도록 ‘천안옛날호두과자’, ‘천안원조호두과자’ 등 2개의 상표를 등록해 사용하고 있다.

천안시와 시의회도 호두과자 명성지키기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명근 천안시의원은 “천안 명물 호두과자 제조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며 “천안호두과자의 명품화에 노력하는 업소에 대해 인터넷 홍보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제품 인증서 도입을 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천안호두로 만든 명품 호두과자는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유사품들은 발을 못 붙이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수입산 등에 비해 불포화 지방산과 비타민 E가 풍부한 천안지역 호두과자 판매, 제조업체는 70곳에 이른다.

서형식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