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저출산, 보육료 지원 대책만으로 풀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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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다각적인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보육료 등 출산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게 골자라고 한다. 물론 양육비 부담 때문에 아이를 못 낳는 가정엔 이런 대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배경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단지 돈 몇 푼 쥐여주는 게 효과를 낼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전국 기혼 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를 조사한 결과만 봐도 그렇다. 홑벌이 가정 1.72명, 맞벌이 가정은 1.63명인 걸로 나타났다. 지난해 출산율인 1.19명과는 격차가 크다. 공식 명칭이 합계출산율인 출산율은 가임기 미혼·기혼 여성이 낳는 아이 수를 모두 따지기 때문이다. 즉, 결혼 후 아이를 안 낳는 부부보다 20~30대 여성들이 결혼을 미루는 게 저출산의 핵심 요인이란 얘기다. 지난달 통계청도 미혼 여성의 급증 추세를 지적하며 “기혼 여성의 출산율 조절만으론 저출산을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럼 왜 여성들이 결혼을 미룰까. 회사 일과 집안일을 병행하기 힘든 구조가 제일로 꼽힌다. 여전히 여성이 육아 등 가사 대부분을 떠맡아야 하고, 기업들은 임신·출산으로 업무 공백이 많은 기혼 여직원을 꺼린다. 그런데 요즘 젊은 여성들은 예전 세대와 달리 ‘결혼은 선택, 일은 필수’라 여기다 보니 미혼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사회 전체가 가족 친화적으로 탈바꿈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부부가 육아 부담을 똑같이 나눠 지고, 기업들은 탄력근무제 도입 등 직원들의 출산·육아를 적극 도와주며, 정부는 세제 지원 등으로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이 필요하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도 “아빠가 육아의 중심에 서게 하지 않으면 아무리 출산 장려 비용을 쏟아 부어도 출산율이 안 올라간다”고 했다. 독일·일본 등이 그런 예다. 반면 스웨덴 등 북구에선 육아 휴직의 일부를 반드시 아버지가 쓰도록 법제화하는 등 사회적 인식을 바꾼 결과 높은 출산율을 자랑한다. 물론 이런 체제를 갖추자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예산도 들어갈 터다. 하지만 나랏돈을 쓰려면 제대로 효과가 나는 데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