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건강] 'PC 병'이 당신을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우리가 매일 접하는 PC가 건강의 적이 될 수 있다.

VDT나 CTS(수근관) 증후군이 대표적인 예지만 이들은 이미 '386'급 질환이다. PC 관련 질병은 빠르게 진화한다. 최근엔 거북목 증후군.마우스 증후군.컴퓨터 백(등).e피로증후군 등 XT급 신종 PC병이 등장했다.

인도의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종사자(500명 대상)의 50%, IT 종사자(400명 대상)의 75%가 각종 PC 질환에 시달린다. 가정.회사에서 컴퓨터를 '가끔' 사용하는 사람들도 PC병의 사정거리 안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PC는 단순히 플러그를 꽂기만 하면 작동하는 전기 토스터가 아니다. 눈.어깨.목.허리.귀 등 다양한 장기와 교감을 나누는 기계다. 우리 생활 속에 깊게 자리잡은 PC와 인터넷을 건강친화적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아보자.

◆ 거북목 증후군=가만히 있어도 머리가 거북이처럼 구부정하게 앞으로 나온다면? 이 증후군은 장시간 PC를 쓰는 회사원이나 PC 게임 애호가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단순 워드작업을 하는 사람보다 마우스를 주로 쓰는 사람에게 잦은 것이 특징이다. 마우스를 쥔 손 쪽에 많은 부하가 걸리고 같은 자세가 오래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 증후군은 단지 외양만 보기 싫은 것이 아니다. 목은 물론 뒤통수.어깨 부위까지 통증이 전해진다. 방치하면 건막통증후군 등 근육질환과 척추 디스크로 발전할 수 있다. 또 목뼈의 유연성이 줄어 교통사고 등 충격을 받으면 목디스크 환자가 되기 쉽다.

초기 진단은 자신이 간단히 내릴 수 있다. 똑바로 선 뒤 귀 중간에서 아래쪽으로 가상의 선을 그려본다. 이 선이 어깨 중간과 만나면 정상이다. 그러나 선이 어깨 중간보다 앞으로 2.5㎝ 이상 떨어져 있으면 '거북 목'초기 단계라고 봐야 한다. 5㎝ 이상 벌어져 있으면 이미 심각한 상태다.

PC 작업을 할 때 올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최상의 예방법. 어깨를 뒤로 젖히고 가슴을 당당하게 펴야 한다. 또 모니터를 자신의 눈높이에 맞추면 모니터 보기가 쉬워질 뿐 아니라 목 뒤쪽의 부담도 줄어든다. PC 작업 도중 한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5 ~ 10분 서 있거나 걸으며, 평소 자주 목을 스트레칭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목 스트레칭은 ▶ 턱을 잡아 목 쪽으로 잡아당기고 ▶ 목을 좌우로 힘껏 기울여 쭉 펴주며 ▶ 좌우 어깨를 바라보며 목을 돌려주고 ▶ 턱을 앞으로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목을 쭉 빼는 순서로 실시한다.

◆ 컴퓨터 백=온몸에 힘을 뺀 채로 PC 앞에서 장시간 작업하면 등과 허리가 뒤로 휜다. 어깨는 동그래진다. 그래서 라운드 백(둥근 등)이란 별명도 붙었다. 반면 머리와 목은 앞쪽으로 기울고 뻣뻣해진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목과 어깨의 근육이 뭉친다. 두통.긴장감이 흔히 동반된다. 심해지면 숨쉬기도 힘들다.

이 역시 바른 자세가 예방법이다. 구부정한 자세로 장시간 PC 작업을 하면 '둥근 등'은 필연적이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모니터와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 마우스 증후군=마우스나 키보드를 오래 사용하면 손.손목.목.어깨 등에 통증이 오는 것은 대부분 경험했을 것이다. 덴마크의 오덴세대학 연구팀이 PC 사용자 약 7000명을 1년간 추적한 결과 주당 30시간 이상 마우스를 쓰는 사람은 앞쪽 팔의 통증 발생 위험이 8배, 목 통증은 2배, 오른쪽 어깨 통증 가능성은 3배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2003년 27차 국제직업건강학회서 발표). 목과 오른쪽 어깨 통증은 주당 마우스 사용시간이 각각 25시간.5시간 이상일 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를 막아보려고 다양한 형태의 마우스.키보드가 개발됐지만 '인간공학적' 제품들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보다는 마우스.키보드 작업 도중 간간이 손과 손목을 쉬는 것이 더 확실한 예방법이다. 작업도 손목과 손가락을 마치 피아노를 치듯 평형을 유지한 상태가 좋다. 손목 부위를 높이기 위해 손목이 놓이는 부위를 볼록한 마우스나 스펀지로 받쳐주는 것도 방법이다. 키보드 작업시 손목보호대를 쓰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팔도 허공에 띄운 상태로 작업하기보다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이 낫다.

◆ e피로증후군='e편리한 세상'은 e피로증후군을 부른다. 두통, 눈의 피로, 목과 어깨 통증, 요통이 이 증후군의 주증상이다. 불면.우울증.심한 스트레스.조급증 등 심리적인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e피로로 근육이 긴장돼 있다면 그 부위를 핫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목.어깨.허리 등 결리는 부위에 증기 타월을 오래 대고 있으면 뭉친 근육이 풀리면서 통증도 경감된다. 약간 빠른 속도로 걷고, PC 작업 한 시간마다 한 번씩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밖을 내다보는 습관을 가져보자. 케모마일.로즈마리 등 아로마 오일을 티슈에 몇 방울 떨어뜨린 뒤 작업 중인 책상이나 서랍에 넣어두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의자에 앉아서도 e피로를 풀 수 있다. 편안한 자세로 몸에 힘을 뺀 뒤 입을 앞으로 약간 뾰족하게 내밀고 배를 안으로 깊숙이 집어넣으면서 천천히 숨을 내쉰다. 그리고 몇 초간 숨을 정지한 채 온몸의 힘을 뺀 뒤 입으로 공기를 천천히 듬뿍 들이마신다. 이때 배는 앞으로 최대한 내미는 것이 좋다. 이 동작을 몇 차례 반복하면 e피로는 확 풀린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 도움말 주신 분 : 을지의대병원 재활의학과 이호 교수,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황지혜 교수, 경희의료원 한방재활의학과 송미연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