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 합격 3人3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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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대원·영훈 국제중 합격자 발표를 끝으로 올해 국제중 입시가 모두 끝났다. 청심 15.4대1, 대원 15.8대1, 영훈 9.4대1로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모두 떨어졌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각 학교의 합격생들을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김종남군영어 외 분야도 준비하세요

“숫자로 본 스펙은 중요하지 않아요. 영어도 마찬가지죠. 국제중에 도전하는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모두 비슷해요. 오히려 영재교육원이나 한자 급수 등 다른 분야에서 다양한 재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김군은 올 6월부터 다닌 영어학원 말고는 학원 문턱조차 밟지 않았다. 그것도 모든 준비가 끝난 후 서류전형이나 면접 대비를 위한 마지막 정리때문이었다.

“혼자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는 김군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영재교육원에 다녀온 후 줄곧 집에서 혼자 공부했다. 영어는 학교 방과후수업 도움을 받았고 수학·과학 공부는 영재교육원에서 모두 끝냈다 . 왕남초는 성남지역에서도 소외지역으로 분류되는 전교생 184명의 소규모 학교다. 그러나 김군은 오히려 공부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규모가 작아 교사들의 세심한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 영어 원어민 교사가 우선 배정된 것도 영어 공부에 큰 역할을 했다.

이 학교는 주1회 정기적인 원어민 영어수업외에 실력이 좋은 학생을 따로 모아 매일 1시간씩 원어민 수업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수업은 영어 원서를 매주 1권씩 읽고 느낀 점을 글로 쓴 후 이에 대해 영어 토론을 벌이는 식이다. 한자급수나 컴퓨터 활용, 워드프로세서 자격증도 모두 방과후수업만으로 딸 수 있었다. 김군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합격 비결은 독서. 어머니 조길남씨도 “종남이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독서지도에 많은 신경을 써왔다”고 말했다. 김군은 “평소 책을 읽으며 다방면의 상식을 쌓은 것이 심층 면접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특히 학업면접을 위해 중3과정까지 선행학습을 했는데 실제 문제가 초등학교 범위 내에서 통합교과 형태로 출제돼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고 말했다.

강기원군 학과 공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강군이 면접이 생략되고 서류심사로만 진행된 올 영훈국제중 국제전형(40명 모집에 104명 지원)에서 합격한 것은 학과 성적이 돋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5개월간 미국에서 생활한 해외파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학교에 복귀한 후 곧바로 높은 성적을 냈다. 강군은 “인증시험 성적이 너무 낮아 불안했지만 미국학교를 다니며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한국에 와서는 학교 공부를 누구보다 열심히해 내심 합격을 기대했다”고 밝혔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간 강군은 한국에 돌아올 것을 대비해 인터넷을 활용해 한국 학과공부를 꾸준히 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귀국 후 처음으로 치른 1학기 기말시험에서 전과목 평균 96.5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미국내 학과 공부를 소홀히 한 것도 아니다. 가을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미국의 학제때문에 한국보다 1학기 늦게 편입돼 미국 학과는 상대적으로 따라가기 쉬웠다. 결국 전과목 ‘A’학점을 받았다.

강군은 자신의 외향적인 성격이 미국에서 생활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친구들을 자연스럽게 사귀면서 미국에서도 학원을 다니지 않고 6개월 만에 현지 뉴스채널을 자유롭게 볼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늘었고 덩달아 성적도 올랐다. 요즘도 15명 정도의 미국 친구들과 틈나는 대로 인터넷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다.

외교관 꿈을 키우고 있는 강군은 “아이비리그 대학들을 둘러보다 프린스턴 대학이 맘에 들었다”며 “유학을 가려면 외고로 진학하는 게 좋을 것같아 국제중 도전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강군은 독서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강군은 “요즘도 매주 2권 정도의 책을 읽고 있다”며 “독서가 학과 성적을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승욱군 다양한 관심사를 보여주세요

외국에서 살다온 적도, 변변한 영어경시대회 수상실적도 없는 김군은 대원국제중 일반전형에 지원,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올해 대원국제중은 면접을 생략하고 1차 서류전형과 추첨으로 신입생을 선발했다.김군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자기소개서. 6월에 발표된 입시요강을 꼼꼼히 훑어보고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에 자신이 적합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데 주력했다. 그는 “학교에 지원하게 된 동기, 앞으로의 진로 등을 묻는 질문에 내 생각을 솔직하게 적은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군은 토셀이나 토플 같은 영어인증시험 점수가 없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학교측이 자격증과 관계없이 영어에 능통한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학교생활과 커리큘럼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자는 전략을 세웠다.

교내과학탐구대회, 수학경시대회, 글짓기 대회 등 크고 작은 대회의 수상경력과 스카우트 활동, 국토대장정 참가 경험 같은 이력은 김군의 다양한 관심사는 물론 성실함과 적극성을 잘 보여주는 포트폴리오였다. 초등학교 6년 내내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해온 것도 자신감을 갖게 했다. 세계의 경제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학자가 되고 싶다는 김군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매일 아침 신문을 읽은 것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한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사회나 과학수업은 신문에서 본 내용이 자주 등장해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것. “영어를 잘 못한다고 지레 겁먹지 마세요. 학교 수업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승산이 있어요.” 김군이 알려주는 대원국제중 합격 노하우다.

[사진설명]대원국제중 과학실에서 원어민 강사가 수업을 하고 있다.

< 김지혁·송보명 기자 mytfact@joongang.co.kr >

< 사진= 김진원 기자 jwbest7@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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