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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의 도전

중앙일보

입력


독일 등 비영어권 국가에서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며 연구하는 과학자. 한국외국어대학교 자연대학이 추구하는 교육 목표다. 외국어에 강한 장점을 자연대에 접목시켜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영어는 기본으로, 제2외국어까지 능통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하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 봤다.

영어로 통계학 수업…글로벌 과학인재 양성 주력

“If Β>0, f(x) always go up(Β가 0보다 클 때, f(x)곡선은 항상 상승합니다).” 지난 9일 오후 한국외국어대 자연과학대학 104호. 이 대학 이태욱(35) 정보통계학과 교수가 3학년 학생 25여명과 함께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수업내내 한국어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이날 수업 내용은 전공수업의 하나인 ‘범주형 자료분석’과목 중 로지스틱 회기분석(고객의 신용도를 측정하는 통계학적 이론중 하나). 이교수가 가끔씩 전문용어를 사용하자 일부 학생들은 이해하기 어려운듯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으나 X축과 Y축을 그리며 설명하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교수는 “통계업계도 국제화되면서 관련 종사자들에게 영어는 이미 기본이고, 비영어권 국가의 언어까지 구사할 수있는 능력을 요구하는 추세”라며 “외국인 직장동료와 업무에 관련된 전문용어를 자유롭게 주고받으며 일할 수 있다면 업무 효율성이 증가하고 회사에서도 그런 인재를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처음에는 100%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에 많은 부담을 느끼지만 대학 4년간 통계전문용어까지 영어로 익히다보면 영어 환경에 자연스레 익숙해지고 자신감도 갖게 된다 ”고 덧붙였다.

우송제(25·정보통계학과3년)씨는 “1학년때는 영어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때도 있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영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영어로 수업을 받으면서 전공과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특히 해외유학을 생각하는 학생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외국어와 자연과학 접목으로 국제적 감각 키워 

자연과학분야에서 외국어에 능통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한국외국어대의 포부는 ‘영어’에만 그치지 않는다. 40여 개의 외국어 수업이 가능한 자신들만의 장점을 살려 해당 전공분야가 발달한 나라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있는 학생을 키워내는데 주력한다. 김기쁨(20·환경생명화학부1년)씨는 내년에 화학과에 진학하면서 독일어를 이중전공할 계획이다. 그는 “학교에 입학하면서 순수과학도 어학이 접목될 때 학문연구의 깊이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순수 화학분야에서 강세인 독일어를 실용외국어로 선택해 졸업후 독일로 유학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나(19·여·수학정보통계학부 1년)씨는 입학 후장래 희망을 바꿨다. “처음엔 남들처럼 단순히 수학과에서 교직을 이수하겠다는 목표만 가지고 진학했어요. 그런데 재학 중 한학기 동안 외국의 대학에서 교환학생처럼 공부할 수있는 ‘7+1 제도’ 대상 학생으로 선발되면서 꿈을 바꿨어요.”

그는 수학과 국제경영을 이중전공해 2학년 말에 뉴욕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미적분·통계 같은 회계원리가 필요한 경영학을 수학전공으로 살리고, 해외경험으로 영어실력까지 겸비한 글로벌 인재가 되겠다는 포부다. 그는 “좁았던 시야를 해외로 넓히게 된 순간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어학과 자연과학을 접목하는 대학에 입학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기업체·정부 지원의 산·관·학 협력체제 구축도

정부와 기업체가 동시에 지원하는 산·관·학 협력체계는 이 대학의 또다른 자랑이다. 자연대학건물 2층에 위치한 바이오산업용 단백질 연구센터(Protein Reserch Center for Bio-Industry : PRCB)는 경기도가 선정한 경기도지역협력연구센터(GRRC)중 하나다. 연구센터는 경기도와 용인시,경기도에 소재한 기업체의 후원을 받아 고부가가치의 고기능성 단백질을 개발해 산업화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체와 학교간 인적·물적 교류도 활발하다. 하현준(생명화학과 교수)센터장은 “중소·벤처기업의 기술혁신과 최첨단 과학지식 이전을 지원하고자 2007년 7월에 설립됐다”며 “특히 우리 대학의 우수한 연구역량을 국내는 물론 경기도의 중요 산업기반인 바이오산업과 연결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①한국외국어대 자연과학대 앞 교정에서 웃고 있는 김태경·김기쁨·김예나씨(왼쪽부터).②이태욱교수가 통계학과 3학년 학생들과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④바이오산업용 단백질 연구센터에서 조재창 환경학과 교수가 이경조(박사과정)씨와 혐기성세균을 배양하고 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 사진=김진원기자 jwbest7@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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