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유창혁 '외나무다리' 한판 - LG배 준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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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부진탈출' 놓고 맞서 LG배는 국제대회인데도 이상하게 한국 일색이다.

1회와 2회 대회 때도 한국은 8강에 5명, 준결승에 3명이나 올라가 독무대를 이뤘다. 3회 때는 이창호 9단이 혼자 치고 올라가 우승했지만 4회 대회인 이번에 다시 한국은 준결승전에 3명이나 진을 쳤다.

숫자도 숫자지만 한국은 이창호9단 조훈현9단 유창혁9단등 최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비해 중국은 국내랭킹에서도 7위로 크게 밀린 위빈(兪斌)9단 혼자라서 도무지 상대가 안돼 보인다.

10일 부산 메디어트호텔에서 열리는 LG배 준결승전은 그래서 조훈현대 위빈 전 보다는 이창호대 유창혁의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이 관심이다.

한국기원이 1998년과 99년의 세계대회 성적을 토대로 작성한 세계랭킹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들의 최근 성적은 영 좋지않다.

지난 연말엔 중국 주최의 춘란배에서 나란히 첫판에 탈락하더니 올해 들어 이9단은 여성기사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과 최규병9단에게 연패하는 등 1승2패의 전적을 보이고 있고 유9단도 새내기 원성진2단에게 덜미를 잡혀 2승1패로 1월을 마감했다.

이창호9단으로서는 이번 준결승에서도 진다면 그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주력하는 세계대회가 아니었기에 "어쩌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는 정도였지만 이번은 다를 것이다.

유9단은 지난해 여름부터 중요대회서 계속 졌다. 왕위전도전기. 삼성화재배.LG정유배결승전.춘란배 등에서 연전연패했기에 알고보면 이9단쪽보다 더 심각하다.

하지만 유9단은 전에도 세계대회서 이창호를 꺾으며 슬럼프를 탈출한 일이 있다. 장기전인 결승전보다는 단판승부인 준결승전이 이창호를 꺾을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해 두 기사 사이의 전적은 이9단이 5승3패로 앞섰다. 올해는 이판이 첫 대결이라서 더욱 놓칠 수 없는 한판이 되고있다.

조훈현9단은 위빈9단과 한번 싸워 한번 진 일이 있다. 그러나 최근 조9단의 상승세와 위빈의 하락세를 감안할 때 조9단이 무난히 승리할 듯하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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