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막올리는 '태풍'…신구 성격연기 부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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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한국 연극계에서 이윤택만큼 바쁜 사람도 드물다. 지난달 30일 총체극 '일식' 을 막 내린 그가 곧바로 뮤지컬 '태풍' 을 오는 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다시 올린다.

1999년 11월 같은 장소에서 공연됐던 작품이다.

이윤택은 최근 '일식' 과 '태풍' 의 연습장을 오가며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몸이 좋지 않아 '태풍' 이후에는 모처럼 휴식을 갖겠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태풍' 을 만만하게 보아선 곤란하다. 그동안 수차례 외부 자문회의와 서울예술단(총감독 신선희)의 내부 워크숍을 통해 전번 무대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손질했다. 서울예술단은 '태풍' 을 계속 보완해 고정 레퍼토리로 꾸며나갈 계획이다.

잘 알려진 대로 '태풍' 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 이윤택이 뮤지컬로 각색.연출했다. 마법에 걸려 무인도에 표류한 알론조 왕 일행이 젊은이의 사랑을 통해 예전의 음모.갈등을 씻어낸다는 줄거리다.

이윤택이 수정한 부분은 크게 3가지. 우선 한때 충신이었으나 음모에 빠져 추방당한 프로스페로를 맡은 중진배우 신구의 성격연기를 부각시켰다.

초연에서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노래를 한 개로 줄이고 대사를 늘려 그가 개성을 발휘하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음악의 변화. 체코의 영화음악 작곡가 데넥 바르탁과 한국의 젊은 작곡가 김대성이 어울려 동.서양의 감각을 조화롭게 빚어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던 음악의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 전반부를 느슨하게 만들었던 전주.간주 등을 삭제해 속도감을 키웠다. 의상도 70% 가량 다시 만들었다.

이윤택은 "음악.무대에 짓눌렸던 배우들의 연기와 앙상블 강화에 힘을 실었다" 고 설명한다. 20일까지, 오후 7시30분, 목.금.토 오후 3시 추가, 일 오후 3시.7시. 02-523-0986.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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