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어깨 근육 안 풀고 올라 선 1번 홀의 위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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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호 15면

근력이 약해진 중년 골퍼일수록 카트를 타지 않고 걷는 게 좋다. 하체 근육이 단련돼 결과적으로 스윙이 좋아질 수 있고,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늘어 갱년기 증세를 완화시켜준다. [중앙포토]

일상에 찌든 중년 남성들에게 골프는 더없이 매력적인 운동이다. 한나절 동안 페어웨이를 걸으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동반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또 ‘어쩌다 한 번’ 장쾌한 드라이브샷을 날렸을 때의 짜릿한 맛엔 강한 중독성이 있다. 최근엔 골프를 시작하는 중년 여성도 느는 추세다. ‘노후에 남편과 함께할 수 있는 여가활동’ 혹은 ‘사회활동에 필요해서’ 등 이유는 여러 가지다.

4050 운동법 ② 골프

이들에겐 대개 공통적인 믿음이 있다. ‘골프는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스윙이 허리에 부담을 준다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여긴다. 공기 좋은 야외에서 몇 시간 동안 돌아다니니 어쨌든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대한골프의학회 회장인 중앙대병원 서경묵(재활의학과) 교수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교수 등 전문가들은 “골프는 젊음을 유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운동”이라고 말한다. 단, ‘제대로’ 골프를 즐길 때 그렇다. 문제는 현재 골프를 치는 중장년층 상당수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준비운동 없이 풀스윙, 척추에 치명적
골프는 철저하게 한 방향 운동이다. 볼링·테니스 정도의 강도는 아니지만 스윙을 할 때마다 한쪽 근육에 집중적으로 부담을 준다. 서 교수는 “옆구리가 결린다며 찾아오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갈비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진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잘못된 스윙만으로도 늑골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데 마른 체격일수록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에 두세 번 필드에 나가고 두세 번 연습장에 가는 정도의 주말 골퍼라면 1년에 3만 번쯤 스윙을 한다”며 “40대 이상은 뼈에 일단 손상이 가면 회복이 더디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골프라는 운동 자체가 요통을 유발하는 건 아니다. 지나치게 스윙을 많이 하지 않는 한, 회전축 역할을 하는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스윙하기만 하면 허리에 큰 손상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하체가 흔들리거나, 어깨나 클럽 페이스 각도가 나쁘다든지, 스윙 궤도가 일정치 않은 등 스윙 방법에 다양한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굿샷’이 안 나오는 건 아니다. 마이너스 요인이 적절히 겹쳐도 노렸던 타깃 라인으로 정확히 날아가는 일이 ‘우연히’ 생긴다. 특히 스윙 폭을 더 크게 하면 비거리는 좀 늘어날 수 있다. 일단 비거리에 욕심이 나면 스윙 폭은 자신도 모르게 점점 커진다.

문제는 그 부담을 척추가 얼마나 견딜 수 있느냐는 것이다. 스윙을 할 때의 원심력을 견뎌낼 수 있는 구심력 의 토대는 강인한 하체다. 근력이 떨어지고 관절이 닳기 시작하는 중년 골퍼들은 특히 하체 근육을 단련하는 근력운동부터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풀스윙을 반복하다간 척추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킨다.

더군다나 대부분 준비운동도 잘 하지 않고 그런 스윙을 한다. 새벽부터 잠을 설쳐가며 장거리 운전을 해 골프장에 도착해서는 굳어진 근육을 풀어주지도 않고 서둘러 1번 홀로 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뜩이나 굳어 있는 몸으로 드라이버를 잡고 풀스윙을 하다 보면 허리는 물론 목과 어깨 부근의 근골격계에 손상을 주기 쉽다.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골프를 하는 도중 발생하는 돌연사는 주로 이렇게 목과 어깨 주위 근육이 충분히 이완되지 않은 상태에서 몸통을 회전시키다가 목에서 뇌로 올라가는 경동맥이 눌려 어지러움증과 뇌경색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담배를 피우고 고혈압까지 있는 골퍼라면 특히 새겨들어야 할 얘기다.

겨울엔 중간중간 따뜻한 물 마셔 체온 유지
하체 근력을 키우고 스윙 전에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준비운동으로서 가장 좋은 방법이 걷기다. 필드에 나가본 사람은 안다. 카트를 타고 안 타고에 따라 운동 효과가 얼마나 다른지. 카트를 타지 않고 18홀을 걸어서 돌 경우 700~800㎉의 열량이 소모된다. 헬스장에서 40분가량 열심히 운동하는 효과와 비슷하다.

평소에도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서 교수는 “괜히 골프 클럽을 탓하지 말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 기마자세 등을 자기 나이만큼 한다면 두어 달 만에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고도 10야드는 멀리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연습장에서 레슨을 받는다면 개개인의 근력이나 체격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가르쳐주는 코치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그래도 허리나 목·무릎 등의 통증이 심해진다면 당장 골프를 중단하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필드에서 땀이 날 정도로 걷는 것은 갱년기 증세의 완화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여성은 50세를 전후해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폐경과 함께 우울증·안면홍조 등 다양한 갱년기 증세를 겪는다. 남성은 30세 무렵부터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는데, 무력감과 피로감·성욕 감퇴·우울증 등 갱년기 증세를 자각하는 것은 40대 후반에서 50대부터다.

일본의 항노화 전문가이자 골프광인 사이토 마사시는 『골프가 내 몸을 망친다』라는 저서에서 “성장호르몬이 늘면 갱년기 장애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는데 체온을 1도 높이는 운동이야말로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홀에서 홀로 걸어서 이동하기만 해도 체온 1도는 금세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걸으면서 햇볕을 받으면 뼈가 칼슘을 흡수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비타민 D를 충분히 활성화해 갱년기에 나타나는 골다공증의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지나친 자외선은 피부 노화는 물론 피부암 등을 유발하므로 남성 골퍼들도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등 주의해야 한다.

겨울철 골프는 주의할 사항이 더 많다. 전문가들은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고 ▶중간 중간 따뜻한 물을 마셔 체온을 유지해주며 ▶미끄러지지 않도록 신발이나 잔디 상황을 잘 체크하도록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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