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이번엔 전창진 ‘창’ 위에 강동희 ‘방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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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46) KT 감독이 이번에는 강동희(43) 동부 감독에게 졌다. 전 감독은 “동부가 우리 약점을 제대로 파고들었다”며 쓴 입맛을 다셨다.

13일 원주에서 열린 프로농구 동부와 KT의 2라운드 대결에서 동부가 86-80으로 승리했다. 전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자신이 이끌었던 동부에 일격을 당해 8연승 행진이 멈췄다. 그가 1999년 삼보(현 동부) 코치로 부임한 이후 10년 동안 지도자로 있었던 원주 첫 원정에서 당한 패배였다. KT는 9승3패로 동부와 공동 1위가 됐다.

이날 전 감독이 서 있던 원정 벤치 위에는 동부의 세 차례 정규리그 우승과 세 차례 챔프전 우승 기념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모두 전 감독이 이뤘던 우승이다. 그는 경기 전 평소답지 않게 무척 긴장한 모습이었다. 전 감독은 “지난주 동부와 부산에서 첫 맞대결을 할 때도 이렇게 떨리진 않았는데, 원주에 오니까 무지 긴장된다”고 했다. 첫사랑을 다시 만난 사람 같았다. 그는 “적으로서 원주에 오니 복잡한 마음이 교차하지만, 누구보다도 꼭 이기고 싶은 팀이 동부”라고 말했다.

지난 6일 KT와 동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는 KT가 연장 끝에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과가 바뀌었다. 지난 시즌까지 전 감독 밑에서 코치로 있었던 강 감독이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강 감독은 KT에 정통 센터가 없어 포스트가 약하다는 약점을 파고들었다. KT의 득점 1위 제스퍼 존슨(18점)은 득점력이 좋은 반면 포스트 수비와 체력이 약하다. 동부는 평소 출장 시간이 많지 않았던 센터 게리 윌킨슨(10점·4리바운드)을 3쿼터 이후 15분간 투입해 골 밑을 공략했다. 강 감독은 경기 후 “지난 KT전 때 김주성에게만 무리하게 골 밑 공격을 시켰는데 이번에는 윌킨슨과 분산해서 맡겼다. 존슨은 예상대로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슛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고 말했다.

윌킨슨의 도움을 받은 김주성(17점·6리바운드·3도움)은 펄펄 날았다. 공격에서도 만점이었고, 접전이 이어졌던 4쿼터 막판 존슨을 연속으로 막아내며 결승점이나 다름 없는 수비를 연이어 성공시켰다. KT는 송영진(15점)에게 김주성의 전담 수비를 맡기면서 김영환(9점), 김도수(2점), 조성민(8점) 등 풍성한 포워드진을 앞세워 동부를 압박했지만 송영진이 4쿼터 중반 5반칙으로 물러나면서 수비가 크게 흔들렸다.

대구에서는 오리온스가 전자랜드를 96-79로 꺾었다. 전자랜드는 11연패에 빠졌다.

원주=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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