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등급제' 의혹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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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부 대학이 고교의 학력차를 반영, 서류 전형 등에서 차별하는 이른바 '고교등급제' 의혹을 둘러싼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교조는 8일 성명을 내고 "교육인적자원부는 논란이 되고 있는 사립 Y, K, S대를 특별감사해 고교등급제 적용 여부를 밝히라"며 "사실로 드러나면 해당대학과 교육부 관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부모단체.국회의원들과 함께 공동대책기구를 구성, 주요 대학을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소송이나 위헌 심판 청구 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이날 고교등급제의 실태를 밝혀내기 위해 4년제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의 전형자료를 제출할 것을 교육부에 요청했다.

이에 앞서 7일 교육부가 서울 동국대에서 연 '2008 대입제도 개선안 공청회'에서도 고교등급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커지는 파문=인터넷 중앙일보 (www.joongang.co.kr)에는 '고교등급제'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찬반 의견이 쏟아졌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학교 간 학력 차이는 분명 있다", "대학에 선발권을 주고 그 책임을 지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교육 연좌제'가 우려되므로 절대 안 된다", "대학은 훌륭한 인재를 뽑기보다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최남대(cnd84099)씨는 "다양한 방법으로 대학에서 선발하고 그 책임을 대학에서 지면 된다"며 "모든 것을 획일화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동윤 (kody)씨는 "현재의 수험생이 과거 선배의 성적에 의해 평가된다는 것이 정당한가"라고 주장했다.

강북지역 한 고교 입시담당 교사는 "교육환경이 나쁜 강북지역 학교는 박탈감을 많이 느낀다"며 "특목고에 상위권의 우수한 학생을 다 뺏기고 입시에서 또 손해를 보니 학부모나 학생.교사 모두 무력감에 빠진다"고 말했다.

◆전교조 정면 대응=전교조는 "학생부만으로 뽑는 수시모집에서 강북지역 고교 출신 학생이 대거 탈락한 것은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소송을 함께 할 학부모들과 접촉 중이며, 전교조 조합원이 있는 학교를 중심으로 관련 사례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난처한 교육부=교육부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등급제 논쟁은 백해 무익한 '계륵'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고교등급제 의혹의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대학들을 대상으로 최근 수년간의 입시자료를 감사하더라도 뚜렷한 차별의 증거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것.

시기도 문제다. 2005학년도 수시 2학기 원서접수가 지난 6일 대부분 대학에서 마감돼 입시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감사 계획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승녕.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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