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줄인다" 3당 의총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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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1일 국회 본회의장은 어느 때보다 소란했다. 선거법을 비롯한 정치개혁법안 처리는 여야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막혔고 회의는 밤 늦게까지 정회와 속회를 거듭했다. 5분발언에 나선 13명의 의원은 대부분 선거구획정위안을 반박했다.

◇ 3당 의원총회〓여야 3당은 본회의 시작 전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법 처리방향을 논의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선거구획정위안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획정위안을 당론으로 정한 민주당 의총도 고성과 폭언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였다.

민주당 의총에서 최근 창녕지구당을 맡은 김태랑(金太郞.전국구)의원은 "창녕을 함안이 아닌 밀양과 붙인다면 출마하지 않겠다" 고 서영훈(徐英勳)대표에게 따졌다.

당 대표로 획정위에 참가한 이상수(李相洙)의원에게는 주먹을 날리며 "너 정말로 죽어. 이 ××" 라며 거칠게 대들었다. 주변에선 오히려 金의원을 두둔했다.

선거구가 통합된 이규정(李圭正·울산남을)의원은 "전라도만 빼고 다 죽으라는 거냐" 고 金의원에게 동조했고, 비슷한 처지의 김운환(해운대-기장갑).송훈석(宋勳錫·속초-고성-양양-인제)의원이 가세했다.

굳은 표정의 徐대표는 "나라와 세계의 형편이 어렵다" 며 "대의명분 앞에 희생해 다른 당의 모범이 되자" 고 설득했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자민련 의총도 불만의 목소리가 거셌다. 선거구 통합대상인 김동주(金東周·해운대-기장을)·김고성(金高盛·연기)의원은 "협상 주역들은 당장 의원직을 사퇴하라" 며 이긍규(李肯珪)총무를 몰아세웠다.

이인구(李麟求·대전대덕)·이원범(李元範.대전서갑)의원은 "시민단체가 법을 지킬 생각을 하지 않는데 왜 법을 고쳐야 하느냐" 고 따졌다.

한나라당 의총에선 백승홍(白承弘.대구서갑)의원 등 8명이 획정위안을 난타했다. 白의원 등은 '위헌론' 을 내세운 뒤 "획정위안이 통과되면 위헌소송을 내겠다" 고 고함쳤다. "설사 합법이라도 농촌 지역구가 대폭 줄기 때문에 비합리" (金榮珍·원주을) "침대 길이에 맞춰 팔.다리를 자르는 모순" (金在千·진주갑)이라는 등의 주장이 터져나왔다.

선거법 제87조(각종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시 금지) 개정에 대한 비난도 잇따랐다. 김중위(金重緯)·백남치(白南治)의원 등은 "시민단체에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것은 민주주의 파괴" 라며 지도부의 개정방침을 비난했다.

◇ 본회의장〓3당 의총 분위기가 그대로 옮겨 붙었다. 선거구 획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 민주당 신기남(辛基南·서울 강서갑)·천정배(千正培·경기 안산을)의원만이 찬성발언을 했다.

자민련의 박세직(朴世直)·김고성, 한나라당 김재천·이강두(李康斗)의원은 획정위안을 격렬하게 반대했다.

한나라당 李의원은 "이 나라에는 청와대와 시민단체가 있을 뿐" 이라며 "선거구를 줄이는 게 정치개혁이냐" 고 여권을 몰아 세웠다.

자민련 朴의원은 "16대 총선은 현행법대로 치르되 획정위안은 17대 총선때나 사용하자" 고 했고 이원범 의원은 "시민단체의 정치활동은 중국의 홍위병식, 6·25때 인민군식 행동" 이라고 흥분했다. 李의원은 이어 "공동정부 성격상 김종필(金鍾泌)총리가 물러나면 공동정부의 다른 축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물러나야 한다" 고 주장했다.

민주당 千의원은 "획정위안이 실현 가능하고 타당한 유일한 안" 이라고 외쳤지만 대세인 반론에 묻혀버렸다.

최상연·김정욱·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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