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기초부터 시내 주행까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11일 대구시 서구 자전거 교통안전 체험장에서 수강생들이 주먹을 불끈 쥔 채 안전운행을 다짐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남들은 잘 타는데 왜 나만 안 되는지 몰라….”

이영자(68·대구시 서구 중리동)씨가 비틀거리며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다. 일어서서 다시 시도하지만 얼마 못가 비틀거리다 브레이크를 잡는다. 이씨는 “페달을 앞으로 밟아야 하는데 자꾸 뒤로 돌아간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씨는 2일부터 ‘서구 자전거 교통안전 체험교육장’에서 하루 2시간 자전거 타기를 배우고 있다. 그는 등산·수영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즐기지만 자전거 배우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이씨는 “자전거 타기가 건강에 좋다는 친구 말을 듣고 이곳에 등록했다”며 “열심히 하면 잘 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11일 자전거 교통안전 체험교육장에는 20여 명이 자전거 타기에 여념이 없었다. 헬멧에 무릎 보호대를 착용한 이들은 강사의 지시에 따라 S자·ㄱ자 코스가 그려진 주행 실습장을 돌았다. 이곳은 지난달 16일 문을 열었다.

대구시 서구 중리동 상리공원 1044㎡에 사무실과 주행 실습장을 마련했다. 2층짜리 컨테이너 건물의 1층에는 교육용 자전거 60대를 보관하는 곳과 자전거 수리센터가 있다. 2층은 자전거 법규와 이론 교육을 위한 실내교육장으로 사용된다. 교육장과 주행 실습장을 둔 자전거 교육장은 지역에서 이곳이 처음이다. 인근 주민의 주차장으로 변한 공원 주차장과 족구장을 교육장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선 체계적으로 자전거 타기를 배울 수 있다.

수강생은 3일간 자전거 관련 법규와 자전거 문화 등 이론교육을 받는다. 이어 초급기초와 초급주행 과정을 2주씩 배운다. 산악자전거와 도로 주행을 가르치는 건강기능과정, 도심과 야외 등 장거리를 운행하는 건강연수과정도 2주씩이다.

교육장 측은 초급기초와 초급주행 과정은 반드시 이수토록 하고 있다. 두 과정을 마쳐야 어느 정도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처음 2주 과정을 마치면 강사와 시내 주행에 나선다. 3㎞ 거리를 운행하는 ‘실전’ 코스다. 수강료는 과정별로 1만원씩(서구 이외 주민은 2만원)이며, 월∼금요일(오전 10∼12시, 오후 2∼4시) 교육한다. 자전거와 헬멧·무릎보호대 등은 모두 교육장이 제공한다. 교육은 자전거타기운동연합 대구본부의 강사 2명이 맡고 있다.

교육장은 서구의 자전거문화담당 부서 직원들이 직접 운영한다. 현재 수강생은 50여 명. 건강을 챙기려는 50∼60대 여성이 주류다. 자전거 타기가 유산소 운동이고 근력도 키울 수 있어서다. 수강생 임순향(40)씨는 “공원에서 산책하고 자전거도 배울 수 있어 좋다”며 “열심히 배워 내년 봄에는 자전거를 타고 벚꽃 길을 누빌 작정”이라고 말했다.

공원 안에 나무가 우거져 쾌적하고, 뒷산에는 산악자전거(MTB) 코스가 있는 것도 장점이다. 서구의 김천호 자전거문화담당은 “자전거 타기 붐이 일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곳이 없어 교육장을 만들었다”며 “자전거 타는 법뿐만 아니라 ‘자전거 문화’를 전파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053-663-3622.

글=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