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측 5900발 사격 … 북 추가 대응 왜 없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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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해 대청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남북 해군 간 교전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세 가지 있다. 북한이 승산 없는 전투에서 우리 고속정을 향해 조준 사격으로 도발한 것이 그 첫째다. 북한 해군은 1999년 1차 연평해전 이후 남한 해군을 매우 겁내고 있다는 게 군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1차 연평해전 때 북한 경비정에서 먼저 소총으로 해군 고속정 참수리325를 공격했지만 결과는 북한 해군의 참패로 끝났다. 북한 경비정 1척은 연평도 인근 바다에 가라앉고 다른 1척은 겨우 견인돼 북쪽으로 돌아갔다.

당시 북한이 패전한 이유는 남북한 함정의 무기 체계가 완전히 달라서다. 북한은 경비정에 장착된 37㎜와 25㎜ 기관포를 발사하기 위해 수동으로 포신을 조준해야 한다. 사수가 기관포 끝에 달린 손잡이를 돌려 눈대중으로 포신을 조준하게 돼 있다. 따라서 조준하는 데 5∼10초 걸린다. 지레 짐작으로 조준하다 보니 파도에 흔들리며 기동 중인 상태에서 표적을 맞히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아군 고속정의 함포는 레이더와 자동으로 연동된다. 함포는 레이더가 포착한 북한 경비정을 표적으로 삼아 자동으로 조준된다. 파도의 흔들림까지 소프트웨어로 보정한다. 표적 지정과 발사에 1∼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북한 경비정이 포신을 조준하는 사이에 아군 고속정이 쏜 포탄을 맞게 된다는 얘기다. 이런 남북 함정 간 격차는 지금도 여전하다. 그런데도 북한은 도발을 해왔다. 더구나 이번의 대청해전 때는 남북 함정이 3.1㎞ 떨어져 있었지만 북한은 수적으로 열세였다. 북한 경비정 1척에 대항한 아군 고속정 편대의 전투력은 4배 이상이라고 한다. 북한 경비정이 50발을 쏘는 동안 우리 측은 5900발을 사격했다. 북한 경비정은 싸워봐야 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두 번째 의문점은 북한의 사전에 준비된 듯한 행동이다. 북한 경비정은 NLL 인근에 별 상황이 없었는데도 정박 기지인 월내도에서 발진해 대청도 쪽으로 돌진했다. 우리 해군의 5차례에 걸친 경고방송을 듣고도 NLL을 넘어 2.2㎞나 침범했다. 또 대청해전이 발생한 지 4시간 만에 북한군 최고사령부가 직접 나서 입장을 표명했다. 북한 경비정이 현장에서 판단해 우리 측 경고사격에 조준사격으로 대응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경비정 정장은 우리 해군으로 따지자면 대위다. 북한 체제는 매우 경직돼 있어 경비정 정장이 현장에서 조준사격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상부의 지시가 있지 않았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셋째는 북한 측이 큰 피해를 보고도 대응이 없었던 점이다. 북한 군은 평소에도 ‘천 배 백 배 보복’을 운운해왔다. 그런데 아군 고속정의 대응사격으로 북한 경비정이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됐는데도 대응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이다. 대청해전이 벌어진 해상은 북한 장산곶과 해주 등에 배치된 해안포와 지대함 미사일의 사정권에 있다. 북한이 이날 대응하지 않은 것은 향후의 보복 공격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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