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고 화해하고 … 남북 관계 이번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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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11일 서해상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한국형 구축함인 충무공이순신함급(KDX-2·4800t·사진) 함정을 북방한계선(NLL) 인근으로 전진 배치했다. [중앙포토]

북·미 대화가 초읽기에 들어선 가운데 10일의 대청해전이 향후 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최고사령부를 내세워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사죄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 수위는 높지 않았다. 우리 정부도 남북 관계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는 한 대청해전이 남북 관계의 결정적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1999년과 2002년의 1, 2차 연평해전은 큰 파장을 낳았지만 이후의 남북 관계는 풀려나갔다. 2차 연평해전 직후 북한은 관영 언론들을 동원해 “남측 군부의 계획적인 군사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북 핫라인을 통해선 “(교전은) 현지 아랫사람들의 우발적인 사고”라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전문을 보내왔다. 이에 우리 정부는 ▶북한 당국의 공개적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전문을 보냈다. 북한은 사건 발생 한 달 후 통일부 장관 앞으로 전화 통지문을 보내 유감을 표명하고, 한동안 중단됐던 남북 장관급 회담 재개를 위한 실무대표 접촉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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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차 연평해전은 최근 남북 관계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북한이 DJ 정부 초기 햇볕정책에 거부감을 보이면서 남북 간에 거리가 생겼던 시기에 일어나서다. 당시엔 사건 발생 1주일 뒤인 6월 22일 남북 베이징 차관급회담이 열렸다. 북한은 “무장 도발에 대해 사과 하라”고 요구했다. 우리 측의 거부로 회담은 결렬됐다. 하지만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놓고 남북은 현대아산을 매개로 의사를 주고받았다. 남북 모두 금강산 관광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에 공감대가 형성됐고, 물밑 접촉을 통해 다음 해 정상회담을 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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