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연대 명단발표] 100여명 합숙…낙천명단 추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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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천반대' 명단발표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총선연대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반면 서울 중구 정동의 성가수녀원 주변은 아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밤샘작업에 참여한 총선연대 관계자는 모두 1백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연대 상임공동대표단.상임집행위원장단.자문교수단 핵심 멤버가 참여했고 유권자 1백인 위원회에서는 65명이 소집됐다.

지난 20일부터 따로 합숙에 들어갔던 실무진 10여명도 이날 오후 합류했다.

총선연대가 마지막까지 신경썼던 부분은 일곱가지 선정기준에 대한 가중치 문제. 결국 ▶각종 부정부패 비리사범▶최종 확정된 선거법 위반자▶반인권적 사건 연루자 등에 가중치를 부여해 명단을 확정했다.

명단에는 여야의 중진급 의원들도 포함돼 있으며, 김종필.이회창 총재도 검토대상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연대 관계자는 "깜짝 놀랄 인물도 포함될 것" 이라며 "평소 깨끗하다고 여겨졌던 의원도 심각하게 검토 중" 이라고 말했다.

특히 '커트라인' 에 걸린 국회의원이 10여명에 달해 밤늦게까지 이들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격론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순 총선연대 상임공동집행위원장은 "명단선정 과정에서 숫자가 적어야 실효성이 있다는 의견과 문제가 많은 의원을 모두 거론하자는 의견이 팽팽하다" 며 "실무진이 배경설명을 한 뒤 유권자위원회의 표결을 거쳐 최종 확정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명단규모는 당초 예상돼온 50명선을 넘어설 수도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명단선정과 관련해 총선연대의 한 관계자는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느라 예상외로 힘든 작업이었다" 며 "선정된 명단에 국민의 신뢰만 확보된다면 낙천.낙선운동이 반드시 성공하리라 믿는다" 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총선연대는 이번 주중 여야 3당을 방문해 명단을 공식 전달하고 공천배제를 강력히 요청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국적으로 펴나가고, 그래도 공천될 경우 해당 의원을 상대로 본격적인 낙선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같은 총선연대의 공세에 정치권은 적극 소명자료를 보내는 한편 '고소 불사' 를 천명하고 나서는 등 강온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3일까지 총선연대에 접수된 현역의원 소명자료는 모두 1백70여건. 이중에는 '봐달라' '당시엔 어쩔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의정활동에만 전념하겠다' 는 등 '읍소형' 도 많았지만 사실관계를 다투는 민감한 사안에 강력히 해명하거나 반발하는 자료도 상당수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명단 포함이 유력시되는 L모 의원은 "나는 결백하며, 만약 발표된 명단에 포함되면 고소하겠다" 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중진의원은 "명단에 포함되는 것만으로도 정치생명이 끝장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며 "하지만 국민적 압도적 지지를 받는 시민단체의 명단발표에 대놓고 반대할 수도 없어 난감한 입장" 이라고 곤혹스러워 했다.

박신홍.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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