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종교계 새천년엔…] 1. 화합과 일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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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종교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세기의 잘잘못을 냉철히 따져 새로운 세기 종교 본연의 자세에 더욱 충실, 인간의 영적 삶과 사회를 건강하게 이끌기 위해서다. 금세기 한국 종교의 가장 큰 숙제와 현황 그리고 그 해결책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서로 다른 교회에 속한 저희가 함께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께 기도하며 찬미드리기 위하여 모였습니다. 세상이 믿도록, 일치에 대한 저희의 바람을 강하게 해주소서. " 지난 18일 오후 7시 명동성당에서 개신교와 천주교 신자 5백여명이 모여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합동기도회' 를 가졌다. 21일 오후 2시 성공회성당에서는 교회일치를 위한 포럼도 가졌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로마 성벽 밖에 있는 성바오로대성당에서 18일 영국국교회 캔터베리대주교.그리스정교 대주교와 함께 화해의 기도를 했다.

불교계도 지난 시대 분열과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태어나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지난 천년간의 분열로 인한 갈등과 분규에서 벗어나 일치로 화해와 평화의 새천년을 맞자는 것이 종교계의 숙제다.

종파의 일치와 종교간 화합을 위한 운동은 일고 있지만 막상 우리 종교계의 현실은 어떤가. 일부 개신교도들에 의해 학교에 세워진 국조단군상의 목이 잘려나가고 있어 종교계 원로들이 '종교적 신념을 빙자한 비이성적인 행위에 엄중 경고' 하고 나섰다.

그런가 하면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에서 선학원이 독립.분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황필규 목사는 "종교가 여러 파로 자꾸 나뉘는데는 정치.역사적, 교리적, 교권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고 보았다.

로마 가톨릭에서 그리스 정교, 영국 국교가 갈려나갔고 다시 종교개혁으로 인해 개신교가 생겨났다. 그 개신교가 다시 기하급수적으로 갈려나가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60개 정도의 개신교단이 있다. 교단총회본부가 있고 성직자를 배출하는 신학교와 지교회들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교계에서 교단으로 인정한다.

이 요건을 못갖춘 교단까지 합치면 1백개도 훨씬 넘는다.

미국에서 감리교.장로교.침례교 등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들어와 각각의 교세를 확장하면서 한국 개신교의 분열은 예정되어 있었다.

여기에 일제하 분열정책으로 더욱 분파작용을 일으켰고 해방후에는 냉전체제가 다시 한번 분열을 가속화 시켰다.

그리고 70년대들어 '사회 참여나 민중운동이 선교냐 아니냐' 를 놓고 진보.보수 교단으로 갈리고 있다.

여기에 교리나 교권을 두고 갈리고 최근에는 소위 '교회상업주의' 로 인하여 단일교회 교단들도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박종화 경동교회 담임목사는 "교회가 갱신과 구조조정으로 거듭나는 한편 냉전적 사고에서 파생된 2분법적 인식을 극복해 일치운동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고 밝혔다.

불교도 일제하에서 통치전략에 따라 30본산으로 나뉘었다. 해방후에는 비구승과 대처승이 갈등을 일으키다 62년 조계종 통합종단이 탄생했으나 곧바로 비구.대처승의 대립으로 조계종과 태고종으로 양분돼 분파 작용을 일으킨데다 신흥종단이 생겨나며 현재는 60개 가량의 종단이 난립하고 있다.

이렇게 분파 작용을 일으키고 있음에도 종교계의 대체적 의견은 '갈라설 이유가 없다' 는 것이다. 이는 각자가 믿는 신앙의 뿌리가 같기 때문에 종교의 분파 작용은 종교적으로는 명분 없음을 그들 스스로 실토한 것에 다름 아니다.

때문에 김성태 가톨릭대 교수는 일치를 위해 "개인적 욕심이나 교파적 편견에 집착하지 않는 영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고 밝혔다.

각 종단의 체제와 교리는 서로 인정한 채 그 종교의 발생 근본으로 돌아가 일치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포용의 정신 아래서 각 종교간에도 화합을 모색해야만이 종교는 일반의 신뢰를 얻어 그들의 정신생활을 이끌 수 있고 세계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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