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비정 한 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며 벌어진 남북 해군 간의 교전에 대해 군 당국은 북한 군부의 의도를 정밀 분석 중이다. 10일 판문점 북측지역에서 북한군 병사가 남측 지역을 주시하고 있다. [파주 AP=연합뉴스]
군 당국은 무엇보다 북한 경비정에 대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고 있다는 점을 월선 전 두 차례, 월선 후 세 차례나 경고했는데도 계속 남하한 배경에 주목한다.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해군 준장)은 브리핑에서 “올해 NLL 침범 횟수는 22회지만 경고사격을 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불법 조업한 중국 어선 단속을 명분으로 침범했을 경우 경고 방송만으로도 북한 경비정이 뱃머리를 돌렸지만 이번에는 예외였다는 얘기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의도성 여부는 대응 사격 전 통신·지침 등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며 “우리 군의 경고사격 시 바로 조준사격을 해왔다는 건 북한 함정이 자신들이 월선했음을 잘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북한은 우연을 가장해 의도성 있는 행동을 보인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도발 배경과 관련, 최근 정부의 대북 접근 방식과 북·미 대화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한반도에 북핵만이 아닌 NLL 등의 긴장 요소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는 “북한의 식량 지원 요청에 대해 ‘옥수수 1만t’ 지원을 제안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을 행동으로 옮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긴장 조성으로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는 풀이도 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햇볕정책을 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북한의 서해상 도발은 있었다”며 “최근 남측에 밀리고 있다는 판단에서 도발을 통해 존재를 과시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