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티놀 화장품 여심 또다시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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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주름살을 제거해 준다는 레티놀 성분 화장품이 여성들 사이에 또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로레알.랑콤.크리스챤 디올 등 국내에 진출한 유명 외국 화장품 회사들이 최근 레티놀 제품을 무더기로 내놓으면서 이들 화장품에 대한 관심과 논란에 불을 지핀 것. 레티놀 화장품은 비타민A 성분인 레티놀이 피부주름 개선에 효과를 보인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된 화장품.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태평양이 '아이오페 레티놀' 내놓으면서 첫선을 보였다. 당시 이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화장품 회사들이 너도나도 레티놀 제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지난해 태평양의 아이오페와 한국존슨앤존슨의 록을 제외한 대부분 제품이 '함량 미달' 로 판정되면서 한동안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국내 레티놀 시장에 다시 불을 당긴 것은 외국계 화장품 회사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신제품을 쏟아내면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것. 먼저 로레알코리아는 올들어 불과 한 달도 안돼 3가지 레티놀화장품을 한꺼번에 출시했다. 로레알 코리아의 이선주 과장은 "레티놀 성분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제조및 사용과정에서 거의 손실된다" 며 "신제품은 레티놀을 안정화시키고 사용 중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특수 제작된 용기에 담았다" 고 말했다.

레티놀과 비타민C를 결합시켜 마치 코팅하듯 보호막을 씌우거나, 나노캡슐이라는 특수 캡슐 안에 레티놀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또 용기도 튜브형으로 만들어 사용 중에 공기와 접촉되는 것을 차단했다는 것. 로레알 코리아 뿐 아니라 에스티 로더와 헤레나 루빈스타인, 크리스챤 디올 제품 등도 이미 지난해 백화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들 제품은 '지난해 식약청 조사대상이 아니었고, ' 모두 나름대로 새로운 '레티놀 안정화 기술' 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올 7월부터 새로운 화장품법에 따라 '안티 링클(주름살 방지)' 기능을 홍보할 수 있어 업체들의 레티놀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레티놀은 정말 주름살을 '확실히' 없애주는 걸까. 태평양 미용연구실 김종일 연구원은 "FDA(미식품의약국)가 레티노익산 성분의 '레노바' 라는 약품을 주름치료제로 승인한 바 있다" 며 "사용후 피부가 벌개지는 등의 부작용을 개선한 것이 바로 레티놀 화장품" 이라고 말한다.

또 한국존슨앤존슨의 하영선 대리는 "록은 1996년 세계 최초로 화장품에서 레티놀 안정화에 성공해 미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며 "임상시험결과 4주 후부터 잔주름이 없어졌고 12주 후에는 잔주름의 90%가 사라졌다" 고 말한다.

그러나 성균관대의대 피부과 김계정교수는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고를 때 의약품과 화장품을 혼동해선 안된다" 고 말한다. 의약품은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높은 효과를 노리는데 반해 화장품은 부작용을 최소화한 대신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 또 중앙대의대 피부과 홍창권교수는 "서양인은 피부를 구성하는 탄력섬유가 빨리 소실되어 일찍 잔주름이 생기는데 비해 동양인은 늦게까지 피부탄력이 유지되고, 잔주름보다 굵은 주름이 형성돼 레티놀의 효과가 그다지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고 덧붙였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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