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티베트 '린포체'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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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은 티베트의 땅뿐 아니라 티베트인들의 마음까지 지배할 수 있을까. 티베트 수도 라싸에 있는 조캉 사원에선 16일 두살배기 소년이 종교계 최고지도자 중 하나인 제7대 레팅 린포체 자리를 승계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 5일 제17대 카르마파(14세)가 인도로 피난하자 중국은 1997년 2월 6대 레팅 린포체가 사망한 이후 공석이던 7대 레팅 린포체의 선정을 서둘러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北京)과 자치구의 당.정 간부들이 행사장에 대거 참석한 것도 티베트 불교도들의 자발적인 선출이 아니라 중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음을 시사해 준다.

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도 중국이 제7대 생불 승계식을 서두른 것은 카르마파의 탈출을 희석시키려는 조치라며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승인이 없는 한 새 린포체의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도 중국의 이번 린포체 선출은 결국 티베트인들의 마음을 잡기는커녕 반감만 키우고, 껄끄럽던 망명정부와의 관계도 한층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7대 린포체로 등극한 소이남 푼콕은 한 시골 마을에서 운전사 아버지와 평범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티베트 불교 고승들은 중국 국무원의 국가종교사무국과 티베트자치구 당국의 의뢰를 받고 지난 1년여 6대 린포체의 화신을 찾아왔다.

계시를 받은 고승들은 자치구내 8개 현(縣) 31개 향.진에서 올라온 7백여명의 후보를 상대로 각종 검증과정을 거쳤다.

대표적인 게 후보 소년을 상대로 전임자의 어린 시절 소지품과 비슷한 물건을 섞어 내놓는 것. 전임자의 것을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고 다른 것은 쳐다보지도 않는 신통력을 발휘하는 후보가 화신으로 결정된다.

현재 인도에 망명 중인 달라이 라마도 전임자 시신의 머리가 향해진 방향을 따라 차기 달라이 라마를 찾아나선 고승들이 자신의 집에 도착하자, 그들이 내놓는 물건을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자선전에서 밝힌 바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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