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가는 정치] 앞에선 '고성' 뒤에선 '담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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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의 선거법 협상은 거듭된 반전(反轉)속에 타결됐다.

그러나 가파른 대치와 험악한 고성으로 계속된 협상의 무대 뒤에는 잇속 챙기기의 밀실 합의가 있었다.

때문에 반전의 협상 드라마는 3류 정치쇼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막판 움직임을 추적해본다.

◇ 마지막 관문에서 무산〓15일 오후 9시30분쯤 본회의장에서 여야가 협상안을 표결에 부치려는 순간 자민련 김동주(金東周)의원이 반대토론을 하겠다며 연단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부산해운대-기장을)중 기장군을 인구가 많은 해운대쪽에 붙인 것은 '게리맨더링' 이라고 주장했다.

한승수(韓昇洙.한나라당)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춘천갑)가 합쳐지는데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의석에서 "3당 총무들은 사퇴하라" 는 고함이 터졌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사회를 보던 신상우(辛相佑.한나라당)부의장은 정회를 선포했고, 여야총무들은 긴급회동을 가졌다.

辛부의장은 16일 0시50초쯤 회기연장(18일까지)을 가결했다.

◇ 총무회담 무산과 대치〓여의도 63빌딩 거버너스클럽에서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자민련 이긍규'(李肯珪)'.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와 정개특위 위원들이 15일 오전 1시까지 5시간동안 협상을 벌였다.

朴총무와 李총무의 고성이 여러차례 밖으로 들렸다.

1인2표제를 주장하는 국민회의와 1인1표제를 고수하는 한나라당의 입장이 계속 맞섰다.

오전 1시쯤 이부영 총무는 협상장을 나서면서 朴총무에게 "날치기하려면 하라" 고 소리질렀다.

14일 오후 10시40분 이규택(李揆澤)의원 등 20여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남동 박준규(朴浚圭) 국회의장 공관으로 몰려가 농성을 벌였다.

◇ 막판 타결〓15일 오전 한나라당 의원들은 날치기 사태를 막기 위해 본회의장을 점거했다.

오전 9시30분쯤 이긍규 총무는 이부영 총무에게 중재안을 냈다.

정당득표율 5% 미만 또는 의석수 5석 미만을 획득한 정당에 대해서는 비례대표를 배분치 않도록 하는 현행제도를 계속 유지키로 한다는 제안이었다.

李총무는 즉각 이회창 총재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나서 수정제안을 여당측에 했다.

이긍규 총무의 제안에 더해 경주 등 4개 도시의 분구가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전국단위 1인2표제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국민회의는 즉각 수용했고, 지루한 선거법 협상은 막을 내렸다.

국회의장 공관 농성과 단독통과 위협은 담합으로 가는 제스처였던 셈이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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