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 조계종서 독립 결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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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조계종단 소속이면서도 별도의 재단법인으로 전국 5백50개 사찰을 가지고 있는 선학원(禪學院)이 조계종에서 '독립' 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사회를 열어 독자적인 계단(戒壇:계율을 받고 승려가 되는 자리)을 설치하기로 결의한 선학원은 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강원(講院)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선학원은 서울 우이동 보광사를 교육도량으로 선정, 매년 일주일간 행자 교육을 마친 뒤 부처님 출가일(음력 2월8일)에 맞춰 합동수계식을 가질 예정이다.

제1기 사미(니)수계식은 3월13일에, 비구(니)승을 배출하는 구족계 수계식은 가을에 치러진다. 이와 함께 조치원 신광사에 비구니 강원을 설치해 3월20일께 개강하며 비구 강원도 조만간 개설한다.

이와 관련 백영혁 선학원사무국장은 "이번 결의와 조치는 조계종과의 분리선언이라기보다 자구책" 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선학원의 독립성을 위해 별도의 계단을 유지할 것" 임을 밝혔다.

이런 선학원의 움직임에 대해 조계종 총무부장 원택스님은 "소속 승려 80%이상이 조계종 승적을 갖고 있는 선학원이 독립해 별도 종단으로서 길을 걷는다면 물의가 빚어질 수밖에 없다" 며 현재 "종회(宗會)법인대책특별위원회에서 대책을 강구 중" 이라고 밝혔다.

선학원은 1921년 남전.성월.도봉.석두 등 선승들이 우리 불교를 일본불교에 종속시키려는 일제의 기도에 맞서 설립한 단체. 50년대 이른바 정화불사 당시에는 동산.효봉.청담.금오 스님 등을 중심으로 대처승을 밀어내고 비구승이 종권을 잡는데 앞장섰다.

62년 조계종이 통합종단으로 출범하면서 선학원도 종단 소속이 됐으나 소속 사찰만은 재단법인 선학원으로 등록해놓고 독립적인 운영.인사권을 행사해 조계종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왔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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