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철인' 최태원 "쌍방울 사라져도 투혼은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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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새 천년에는 좋은 일만 생기겠죠. " '철인' 최태원(쌍방울)은 새 천년이 시작된 요즘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다.

대그룹 SK가 쌍방울을 대신할 제8구단을 창단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는가 하면 1993년부터 몸담아온 쌍방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돼 최의 마음 한구석은 아쉬움으로 가득 차있다.

고운 정 미운 정 다들었던 쌍방울에서 지내온 지난 7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최약체라는 주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96, 97년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감격은 아직도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게다가 쌍방울은 지난 시즌까지 6백35경기 연속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곳이 아닌가. 팀 해체를 눈앞에 둔 최는 씁쓸함을 느낀다.

하지만 최는 명실상부한 '한국의 철인' 으로 다시 태어나리라 다짐하고 있다. 최는 올시즌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7백경기 연속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 위해 지난 7일부터 전주구장에서 겨울 훈련에 돌입,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연속출장 기록은 칼 립켄 주니어(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갖고 있는 2천6백32경기로 세계최고기록이다.

95년 9월 칼 립켄 주니어가 루 게릭의 2천1백31경기 기록을 경신하던 날 미국 대륙은 새로운 철인의 탄생을 축하하는 열기로 뜨거웠다. 그만큼 연속출장 기록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성취할 수 있는 험난한 과정이다.

최는 "1천경기 연속출장은 넘어야 성이 찰 것 같다" 며 "체력을 유지하고 다치지 않는 것이 관건" 이라고 말했다.

요즘 최태원에게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바로 '회장님' 이다. SK가 예정대로 팀을 창단해 쌍방울 선수들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생길 경우 SK 최태원 회장과 동명이인이기 때문.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나 SK는 쌍방울 퇴출 후 창단을 염두에 두고 있어 최는 '과연 동료선수 모두가 신생팀으로 옮겨갈 수 있을까' 불안스러워 하고 있다.

주장인 최가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동료를 챙기는 리더십이 없었다면 동료들의 도움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연속출장 대기록은 수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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