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정완영 '애모'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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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리 까마귀 울고간 북천은 아득하고

수척한 산과 들은 네 생각에 잠겼는데

내 마음 나무 가지에 깃 사린 새 한 마리

고독이 연륜 마냥 감겨오는 둘레가에

국화 향기 말라 시절은 또 저무는데

오늘은 어느 우물가 고달픔을 깃는가

- 정완영(鄭椀永.81) '애모(愛慕)' 중

오늘의 시조단에 백수류(白水流)가 한 흐름을 타고 있다.

백수는 정완영의 아호다.

'애모' 는 그 제목에서부터 조선조의 규방에서나 쓰임직한 낱말을 가져오고 있지만 1960년대의 머리맡에서 현대시조의 한 모습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어디 자유시에도 이만한 서정이 있었는가 싶게 가장 한국적인 가락으로 한국적인 정서를 뜨겁게 노래하고 있다.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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