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까마귀 울고간 북천은 아득하고
수척한 산과 들은 네 생각에 잠겼는데
내 마음 나무 가지에 깃 사린 새 한 마리
고독이 연륜 마냥 감겨오는 둘레가에
국화 향기 말라 시절은 또 저무는데
오늘은 어느 우물가 고달픔을 깃는가
- 정완영(鄭椀永.81) '애모(愛慕)' 중
오늘의 시조단에 백수류(白水流)가 한 흐름을 타고 있다.
백수는 정완영의 아호다.
'애모' 는 그 제목에서부터 조선조의 규방에서나 쓰임직한 낱말을 가져오고 있지만 1960년대의 머리맡에서 현대시조의 한 모습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어디 자유시에도 이만한 서정이 있었는가 싶게 가장 한국적인 가락으로 한국적인 정서를 뜨겁게 노래하고 있다.
이근배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