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갱년기미리 준비하면 ‘곱게’ 지나갑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여성호르몬 급감 … 빈뇨·요실금 가장 흔해

난소의 주된 기능인 배란과 성호르몬의 생성. 이중 특히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은 생식 기능뿐 아니라 비뇨기·유방·피부·뼈·소화기·신경 조직 등에 영향을 미쳐 각종 갱년기 증상을 초래한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윤병구 교수는 “갱년기는 가임기와 폐경 사이의 중간 단계인데 40세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흔히 갱년기를 사추기(思秋期)로 부르는 이유도 사춘기(思春期) 때처럼 격동적인 심신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흔히 ‘갱년기’ 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안면홍조를 떠올리지만 이보다는 다른 빈뇨·요실금·성교통 등 비뇨생식기 계통의 불편함이 먼저 찾아온다”고 강조했다.

갱년기 증상은 모든 여성이 겪어야 할 숙명은 아니며 세 명 중 한 명꼴(25~50%)로 찾아온다.


단백질·칼슘 챙겨먹고 채소는 매끼 한접시

난포자극 호르몬을 조절하는 인히빈이란 물질은 30대 중반부터 서서히 감소하다 40세 이후 급격히 떨어진다. 이 무렵부터 폐경 증상이 나타나므로 이를 위한 준비는 35세부터 시작하는 게 현명하다.

특히 생리주기의 변화, 그리고 기억력· 집중력·성욕·질 윤활액 감소, 늘어나는 뱃살, 거칠어진 피부가 눈에 띄게 나타난다면 언제건 즉시 폐경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우선 호르몬 형성에 필요한 단백질·지방·미네랄 등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이때 탄수화물 대 단백질 대 지방 비율을 3 대 1 대 1로 맞추고, 채소 한 접시 정도는 매끼 식전에 섭취한다. 단백질은 체내에 저장이 안 되므로 매일 고기 200g, 두부는 한 모, 꽁치 두 마리 정도를 섭취해야 한다. 예컨대 점심 때 두부 반 모, 저녁 때 꽁치 한 마리를 먹으면 된다. 칼슘도 매일 1g씩 섭취해야 하고 짠 음식·조미료 등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40세 이후부턴 골밀도 검사를 받아 골다공증으로 진단을 받으면 폐경 전까진 비(非)호르몬 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근육량·근력·피부 탄력성 감소와 지방 증가 문제는 운동이 해결책이다.

인제대의대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이제껏 운동을 하지 않았던 여성이라면 첫 달은 속보·수영·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으로 체력을 강화해 운동 후 피로감부터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2주 만 계속해도 짜증·피로감·불면증 등의 증상이 좋아진다.

근력 강화운동은 처음 몇 번만이라도 전문가로부터 개인 지도를 받아 정확한 동작과 기구 사용법, 알맞은 운동 강도와 횟수 등을 익히는 게 효과적이다. 통상 운동은 이틀에 한 번은 유산소 운동 30분~1시간, 근력 운동은 20분 정도 하는 게 권장된다. 강 교수는 “만일 하루 업무가 피로했던 날이라면 무작정 운동을 하기보다 운동량을 평상시의 3분의 1 정도 줄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유산소 운동 10~20분, 근력 운동은 7분 정도 하면 된다.

호르몬 치료 하면 골다공증·심장병 예방

일단 폐경이 왔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만일 35세부터 꾸준히 준비한 여성이라면 생리만 안 나올 뿐 전혀 불편하지 않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갱년기 증상 때문에 괴로운 여성이라면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림대성심병원 산부인과 강정배 교수는 “현재까지 가장 널리 인정받은 치료는 부족한 여성호르몬을 공급해 주는 호르몬 치료”임을 강조했다. 폐경 초기부터 복용할 경우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 위험과 성인 심장병은 30%, 치매 위험은 40%가 준다. 하지만 두통·복부 팽만·부종·자궁출혈 등 부작용 위험이 따를 수 있고, 급성혈전장애 환자·간질환혈전질환자·유방암 환자는 복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 경우 호르몬 질정제, 비호르몬 치료제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 치료를 받으면 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